"文케어=포퓰리즘" vs "日오염수 보고서, 의도적 비공개"
여야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문재인케어'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전임 정부 당시 '문재인케어'로 무리하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바람에 재정이 악화됐다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야당은 너무 많은 진료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보장성을 강화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날 질병관리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영향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적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부 용역보고서를 비공개한 것을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야당은 해당 보고서가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질병청이 의도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케어 확대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이전 정부가 밀어붙였다"며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 흑자였던 건보 재정은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2017년 20조원이 넘었던 건보 적립금은 2025년에 소진이 예상된다. 복지 포퓰리즘의 참담한 결과"라고 했다.
같은 당 이종성 의원도 "문재인케어 도입 당시부터 많은 전문가,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재정고갈 등 많은 부작용을 우려했다"며 "정부 관료들도 누구보다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까라면 깐다'며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 요구에 맞춰 그냥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영향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적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부 연구 용역보고서가 비공개된 것을 놓고 의도적 은폐라며 여당에 맞불을 놨다. 해당 보고서는 오염수와 관련해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결론부에 담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 보고서를 언급하며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를 담고 있다"며 "후쿠시마 핵오염수 관련 우리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든 것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의 보고서이기 때문에 완전 숨긴 것"이라며 "이것을 공개하면 방류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도 표현했다.
야당은 해당 보고서를 질병청이 비공개한 과정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강 의원실에서 (국감 질의 전 준비 중) 해당 보고서의 비공개 사유를 묻자 질병청 담당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 비공개했다고 답변했다. 이후 질병청은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정보공개법 상'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 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비공개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최혜영 의원 역시 질병청에 해당 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처리된 연구용역보고서 전체목록을 제출할 것을 질병청에 요구했으나, 강 의원이 지적한 보고서는 질병청이 제출한 보고서 목록에서 아예 누락됐다.
이에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 전혀 상반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해당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삼중수소와 인체 유해성 간 전혀 연관관계가 없다고 돼 있고, 어종 오염은 확인됐지만 그 양은 극히 미미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지역 필수 의료인력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보였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의사가 없어 휴진한 과목이 있는 지방의료원 수는 작년 10월 18곳, 올해 3월 20곳으로 1년여 만에 23곳으로 급증했다"며 "의료공백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모두에 해당하지만 특히 지방의료원의 의료공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씩 늘려도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3.49명으로 203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4.5명에 비교하면 격차는 여전하다"며 "의사수가 OECD 회원국 평균의 80%에는 도달할 수 있도록 의대 증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부속대학병원이 없고 전공의 교육·수련을 할만한 대학병원이 없어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충분한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13~19일 전국 20~60대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응답자의 24%(241명)가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300~500명 내외' 16.9%(170명), '500~1000명 내외' 15.4%(154명) 순이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도 "의사 정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10년이 넘게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정부가 의료 인프라 확충 정책을 내놓지 않고 의사단체의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얘기지만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국민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기로에 놓여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분명한 의지를 갖고 말해달라"고 했다.
여당 의원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의대 정원 확충도 중요하지만 확충 인력이 공공성을 갖고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취약지 의대 신설과 의대 증원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년 입시에 의대정원 확충 여부를 반영하기 위해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며 "진료과목 불균형, 공공병원 의사 부족 등을 위해 공공의대설립을 강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으나 입학 불공정성, 의무 복무 위헌성, 실효성 등의 문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지역에 의료진이 정주하고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불균형만 더 심화될 뿐이기 때문에 함께 정책적 보완에 힘쓰겠다"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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