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승리에 법률 서비스 中企 뜬다
국내 리걸테크 활성화 전망↑
투자·신규서비스 출시 가속화
K리걸테크 업체 美 1% 수준
법률 데이터 무료공개 필요성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최근 법무부의 징계 취소 결정을 통해 비로소 로톡이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풀렸습니다. 다시 로톡에서 활동하길 희망하는 변호사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연락을 받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법률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리걸테크(Legal-Tech)' 분야에서의 국내 리딩 기업인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최초 '리걸테크 유니콘'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법무부는 로톡을 이용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120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3명에 대해서는 불문 경고 결정을 내렸다. 불문 경고는 변호사법상 징계 처분이 아니므로 결국 전원에 대해 징계 처분이 취소된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2200여 명으로 줄어든 변호사 회원을 매달 12%씩 추가로 확보해 올해 말까지 3000명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이라며 "최단시간 내에 돌파하도록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협이 2021년 5월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변협 광고 규정을 개정하며 갈등이 격화되자 4000명까지 확보했던 변호사 회원 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바 있다. 이를 2~3개월 내에 80%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로앤컴퍼니와 변협의 8년에 걸친 싸움에서 법무부가 로앤컴퍼니 손을 들어주자 업계는 긴 기간 억눌려 있던 리걸테크 산업이 비로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률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마켓'으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은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리걸테크 산업의 효용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의미"라며 "불확실성 해소로 제2, 제3의 로톡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만큼 리걸테크 전 분야에 걸쳐 투자 및 신규 서비스 출시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법률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넥서스AI는 프라이머사제와 하나벤처스로부터 20억원의 시드 펀딩을 유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일반인 대상 법률 상담 서비스와 법률 전문가를 위한 도구 제공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는 판례 검색, 법률 문서 요약과 생성, 판결 예측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 수는 7000여 개(9월 기준)에 이른다. 이 중 유니콘 기업은 9개다. 미국에만 2917개 업체가 있고 인도(713개), 영국(621개), 캐나다(349개), 독일(230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리걸테크산업협의회에 참여 중인 국내 리걸테크 업체는 31개다. 미국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다. 그만큼 성장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법률 종합 포털 로톡과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를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를 비롯해 전자 계약 서비스를 하는 모두싸인,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엘박스, 법률 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미쿠스렉스, 영문 법률 자료를 번역해주는 에이아이링고 등이 대표적인 국내 리걸테크 기업이다. 이 중 누적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로앤컴퍼니와 모두싸인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판례를 비롯해 데이터 접근성도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공동협의회장은 "리걸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원재료는 데이터"라며 "모든 판례를 무료로 공개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판례 데이터 비공개가 원칙이고, 일부 판례는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데이터 접근성이 쉬워질수록 법률 AI 분야도 한층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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