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100타 깨고 축하파티 했다"
메이저 10승·통산 72승 전설
데뷔 첫 목표는 '1승만 하자'
"재능에 모든게 결정된다면
지금의 나는 결코 없었을 것"
은퇴후 재단세워 꿈나무육성
"앞으로도 베푸는 삶 계속"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 골프계의 올타임 넘버원으로 꼽히는 안니카 소렌스탐 역시 아마추어 시절에는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소렌스탐에게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었다. 무슨 일이건 해내겠다는 확실한 의지였다.
지난달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서 한국 골프팬들을 만난 소렌스탐은 "199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할 때만 해도 세계랭킹 1위, 커리어 그랜드슬램, 명예의 전당 등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목표는 단 하나였다. LPGA 투어에서 딱 1승만 해보자는 바람이 있었는데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테니스 선수를 꿈꿨던 소렌스탐이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건 12세 때다. 일반적으로 7세 이전에 골프채를 잡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시작은 늦었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엄청났다. 노력의 결과는 1995년부터 나타났다.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8년 공식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는 메이저 10승을 포함해 통산 72승을 차지한 전설이 됐다.
소렌스탐은 "재능으로 모든 게 결정됐다고 하면 지금의 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인내하고 또 인내했던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넘게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킨 비결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소렌스탐은 "세계 1위가 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 LPGA 투어를 넘어 전 세계 프로 골퍼 전체가 나를 1위에서 끌어내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경쟁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며 "나 자신과 골프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1위에서 금방 내려왔을 것 같다. 골프채를 처음 잡았던 12세 때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단단해진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렌스탐은 프로 골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이뤄가는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가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며 "아직도 기억나는 게 처음 100타를 깨고 축하 파티를 한 것이다. 90타와 80타의 벽을 허물고도 축하 파티를 했는데 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골프계를 강타한 LIV 골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투자로 새롭게 신설된 LIV 골프는 지난 6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전격 합병을 선언한 뒤 새로운 골프 투어를 예고한 상태다. 소렌스탐은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 투자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변화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합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기대가 된다. 두 단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전 세계 골프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던 2008년 은퇴한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소렌스탐은 "오히려 은퇴를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할 정도로 사회에 공헌하는 일들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며 "재단을 통해 주니어 선수들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 골프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얻은 만큼 앞으로도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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