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놓고 과기부 국감서 여야 격돌… 이종호 장관은 울먹하기도
이번 국감 최대 쟁점은 ‘R&D 예산 삭감’
여당 의원들 “R&D 효율화 위해 돌아보는 시기”
야당은 “수개월 준비하던 예산안 없애고 2달도 안돼 졸속 검토 이뤄져”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여야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증액을 검토하던 예산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졸속 재검토가 이뤄졌다고 공세를 퍼부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세금으로 지원하는 국가 R&D를 효율화할 시기라고 맞섰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예산 삭감의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는 ‘R&D 예산 국감’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R&D 예산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국감에서는 내년도 정부 R&D 예산 삭감이 결정된 이유와 과정을 두고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R&D 예산 재검토를 지시하기 이전까지 과기정통부가 계획했던 예산안을 제출하라고 강조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자문법에 따르면 R&D 예산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확정해서 기재부에 보내도록 돼 있다”며 “과기정통부가 수개월간 검토했던 예산안 초안을 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응답이 없다”고 꼬집었다.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월까지만 해도 주요 R&D 기준 2% 증액안을 검토해 왔던 과기정통부가 윤 대통령의 카르텔 언급 이후 졸속 삭감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과기정통부 내부적으로 R&D 사업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검토했나”라고 질의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그동안 제도개선을 통해 R&D 효율화를 추진해 왔다”며 “업무보고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여당은 R&D 비효율을 거둬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을 하며 방어전선을 펼쳤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4년간 연 평균 R&D 예산은 24조3000억원 수준이고 올해 윤석열 정부의 예산은 28조5000억원으로 현 정부에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졌다”며 “현 정부는 과도한 R&D 예산과 연구 생산성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받아쳤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 R&D가 2009년 10조원에 달했고 11년 만인 2019년 20조원, 4년이 지나서 30조원을 돌파했다”며 “그간 과방위에서는 R&D 예산이 늘어나는 것에 비교해 성과가 적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고 R&D 예산 삭감의 타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에는 여야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과방위 위원장을 맡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R&D 예산의 효율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충분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R&D 예산은 추후 열리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다시 다뤄야 하는 만큼 충분한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 예결위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R&D 예산 삭감안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장 의원은 “아직 국회 예결위에서 정부의 내년도 예산 심사를 남겨둔 만큼 이번 논란은 국감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감에서도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예결위 통과도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기정통부에서 R&D 분야 카르텔적 사례로 제시한 내용에서도 업체명을 모두 가리고 있는데 이를 못 밝힐 이유는 없다”며 “어떤 기업과 단체가 나눠먹기식 행태를 보였는지 낱낱이 밝혀야 과학계 카르텔을 혁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장관이 청년 연구자가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현장을 떠난다는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진심으로 좋은 시스템을 줘 미래에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걱정하는 그런 문제들이 없도록 최선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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