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네타냐후, 전시 ‘통합 정부’ 구성 임박···‘사법개편 분열상’ 일시 봉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내각이 추진해온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극심한 분열상을 거듭해온 이스라엘 정치권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기로 결집하고 있다. 이번 사태 발발 후 그간 정권과 날을 세워왔던 야당이 전시 통합 정부 구성에 합의하며 네타냐후 정부에 일단 힘을 싣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집권 리쿠드당은 성명을 통해 연정을 구성하는 4개 정당 지도자들이 전시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한 제반 사항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위임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법부 무력화 입법으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시위에 직면하며 지지율이 급락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내부 결집을 도모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그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와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 등 주요 야권 지도자들을 만나 전시 통합 정부 참여를 제안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67년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 당시 레비 에슈콜 총리가 반대파까지 참여시킨 거국 내각 형식의 정부를 제안했다.
야권은 통합 정부 참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당을 이끄는 라피드 전 총리는 이타미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내각 내 극우 인사를 통합 정부에서 배제할 것을 합류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두 장관은 사법부 무력화 입법과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주도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갈등을 키워온 내각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다.
연정이 총리에게 힘을 실으며 통합 정부 구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치분석가인 아비브 부시스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쟁 승리라는 한 가지 임무에 집중하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통합 정부가 출범하면 야당 정치인들이 정부를 비판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CNN은 “하마스가 사실상 분열돼 있던 이스라엘을 재통일 했다”면서도 이 같은 갈등 봉합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의 공격 방어에 실패한 네타냐후 정권이 통합 정부 구성을 통해 정부 책임론과 퇴진 요구를 당장 방어할 수는 있겠지만, 급한 불이 꺼지면 결국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채널12의 수석 정치평론가인 아밋 시갈은 CNN에 “1973년 욤키푸르 전쟁과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등 지난 이스라엘 역사에서 극한 위기는 결국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면서 “이 위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살아 남는다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와 학살 등 잔혹한 공격 방식이 이스라엘 사회를 일대 충격에 빠뜨리면서 극우 시오니즘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충격과 분노로 인해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더 극단적인 사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부는 매우 가혹한 대응을 기대할 것이며, 결국 이는 ‘우리 아니면 저들’이라는 제로섬 게임에 기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도 “통합 정부에서 (벤그비르 등) 극단적인 정치인이 단기적으로 소외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사상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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