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 재건축 설계 재대결 … 해안 vs 희림
고밀개발 5800가구 추진
'서울시 갈등' 희림 향방 주목
시공사 수주전도 벌써 몸풀기
5구역도 설계업체부터 3파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권을 놓고 해안건축과 희림건축이 다시 맞붙는다. 건축·설계업계에서 톱3에 드는 두 업체가 2차전을 벌이는 양상이라 주목된다.
압구정3구역 조합은 11일 "재건축 설계업체를 뽑기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해안건축과 희림건축 두 곳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음달 6일까지 재건축 청사진을 마련해 조합에 제출해야 한다. 최종 설계업체 선정은 12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해안건축과 희림건축이 맞붙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양측은 지난 7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권을 놓고 1차전을 벌였다. 당시 조합은 총회를 열고 희림건축을 재건축 설계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희림건축이 서울시가 신속통합(신통)기획에서 제시한 용적률 기준(300%)과 소셜믹스에 대한 설계 지침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생겼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조합과 함께 정비계획 초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이에 희림건축을 사기미수·업무방해·입찰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도 희림건축이 설계업체로 선정되자 서울시는 "당선 무효"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압구정3구역 조합 운영과 행정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압구정3구역 조합은 지난 8월 대의원회를 열고 설계업체를 다시 공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해안건축과 희림건축이 이 과정을 거치며 감정싸움을 한 만큼 2차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대'로 불리는 압구정3구역(3946가구)은 50층 안팎 58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대한민국 대표 부촌 압구정 일대에서도 가장 큰 규모라 설계전부터 치열하다.
내년에 시공사를 뽑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대형 건설업체들도 벌써 준비 작업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단지 주변인 신사동 일대에 고급 갤러리를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지난 8월 새로운 주거 모델인 '넥스트홈'을 공개하고 상징성이 있는 서울 주요 사업장을 공략할 것임을 내세운 바 있다.
한양 1·2차 아파트가 속한 압구정5구역에서도 설계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해안건축과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에이앤유디자인그룹이 설계권을 놓고 맞붙었다. 압구정5구역 조합은 이달 16일까지 재건축 설계안을 제출하라고 공지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각 업체가 그린 설계안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할 방침이다. 설계업체 최종 선정을 위한 총회는 다음달 11일 개최한다. 신통기획안에 따르면 현재 1232가구 규모인 압구정5구역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50층 안팎의 154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압구정2·4구역은 정비계획 변경과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6월 압구정 노후 단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설계업체를 DA건축 컨소시엄으로 선정했다. 정비계획 변경 신청을 연내에 하는 게 목표다. 내년 상반기 안에 정비구역 지정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한양3·4·6차와 현대8차 아파트가 포함된 압구정4구역의 재건축 설계권도 DA건축이 지난달 따냈다. 압구정4구역 조합도 올해 안에 정비계획을 다듬어 조합원 동의를 받고 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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