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공격투자 승부수"…SK, 그린·첨단산업으로 '환골탈태'
반도체·바이오·그린에너지·디지털
4개 사업 영역에 그룹 역량 집중
하이닉스, '괴물 D램' HBM 선도
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독자개발
10 - SK그룹은 정유와 텔레콤이 사업 구조의 주축이던 시절 내수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른 뒤 글로벌 시장 진출과 수출 확대로 지난해 SK그룹 수출은 83조4000억원으로 최 회장 취임 전보다 10배 뛰었다.
SK그룹은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바꾸는 성장의 역사를 갖고 있다. 외환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의 디폴트, 코로나19 등 숱한 위기 때마다 그룹 핵심 사업을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았다. 최태원 회장은 그때마다 “안정적일 때 ‘서든 데스’ 할 수 있다”며 긴장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위기에는 과감한 도전을 장려하며 그룹 전체가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올 들어서도 역동적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며 정보통신과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반도체·소재 △바이오 △그린에너지 △디지털 등 4개 사업 영역으로 전환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무게중심을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중심의 그린·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 회장은 당시 하이닉스가 ‘글로벌’과 ‘기술’ 양 날개를 모두 갖췄다고 판단해 사내 반대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이후 최 회장의 적극적 기술·시설 투자 추진에 따라 SK하이닉스는 △M12~M16 공장 증설(2012~2021년) △키옥시아 지분 투자(2017년·4조원)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인수(2020년·10조3000억원) △OCI머티리얼즈 인수(2015년) △LG실트론 인수(2017년) 등을 통해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이루며 글로벌 톱티어 회사로 떠올랐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 인기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늘면서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30%를 돌파해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부터 HBM3E 개발을 완료,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인 4세대 제품(HBM3)에 이은 5세대 제품으로,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 지난해 양산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에 HBM3 24GB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며, 고객 역시 이 제품에 큰 기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엔비디아의 파트너인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집중 조명하면서 “SK하이닉스가 10년 전 경쟁사보다 HBM에 더 적극적으로 베팅해 AI 애플리케이션이 부상하면서 초기 승자 중 한 업체로 떠올랐다”고 기술했다.
SK이노베이션, SK머티리얼즈, SKC 등도 반도체·2차전지 소재, 그린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유수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담은 ‘카본투그린’ 전략을 발표하고, 석유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으로 전폭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투자한 배터리 사업은 SK온을 물적분할한 뒤 2년 동안 매 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1·2공장 준공에 이어 지난해 7월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테네시와 켄터키에 3개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 헝가리 코마롬시 1·2공장, 헝가리 이반차시 3공장, 중국 창저우·후이저우·옌청 공장을 포함해 지난해 말 연간 88GWh 생산능력을 갖췄고, 2030년까지 70kWh급 승용차 7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500GWh 규모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의 습식분리막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충북 증평, 중국, 폴란드에 총 연산 약 15억3000만㎡ 규모의 분리막 생산공장을 갖추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폴란드 4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폴란드에서만 유럽 최대 규모인 15억4000만㎡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하게 된다. 전기차 약 205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내 분리막 생산 규모다.
배터리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동박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KC는 지난해 말 전북 정읍에 6공장을 완공하고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SKC는 2020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정읍 5, 6공장을 잇달아 증설하며 기존 연 3만4000t에서 5만2000t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SKC는 정읍 5, 6공장과 같은 최신 설비를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옮겨 ‘글로벌 생산체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투자를 검토 중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1999년 SK케미칼이 국산 신약 1호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한 데 이어 SK바이오팜이 2015년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독자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통합법인 SK팜테코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도 생산 공장을 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는 2017년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 2018년에는 미국 CDMO 앰팩(AMPAC)을 인수하며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2019년 한국의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CDMO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올해 1월에는 미국 CGT CDMO인 CBM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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