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④백신 개발 정부지원금 삭감 계획 유감

서유석 에스엘포젠 대표 2023. 10.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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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에스엘포젠 대표
서유석 에스엘포젠 대표. 에스엘포젠 제공

최근 백신개발을 지원하는 한 R&D 사업단의 정부지원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됐다. 해당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결핵 백신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국에서 연간 3만5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결핵은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된 국내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주요 질병 중 하나다.

만일 정부지원금이 대폭 삭감될 경우 우선 목표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최종목표 달성이 어렵다. 현재 우리 연구그룹이 수행하고 있는 과제의 최종목적은 임상1상을 완료하고, 임상2상을 신청하는 것이다. 목표하고 있는 임상시험의 피험자 수는 20명 정도인데, 예상되는 정부지원금의 삭감 규모를 고려하면 피험자를 10명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임상시험을 조기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2상의 신청을 위해서는 임상1상을 완료해야 하는데, 임상1상조차 완료가 어려우니 당연히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 

연구개발 내용 중에는 계획된 일정에 따라 진행하는 임상시료 표준품의 품질분석 업무도 있다. 정부지원금이 삭감될 경우 임상 진행에 우선 연구비를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품의 재인증을 위한 분석은 우선순위에 밀려 나중으로 연기해야 된다. 만일 개발비 여건이 좋아진다면 다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진행해도 영향이 없다는 자료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자료를 다시 작성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지원금이 삭감될 경우 예정된 해외 임상 개발이 중단되는 것 또한 큰 문제다. 당초 우리 그룹은 해외 임상1상 비용의 일부를 정부과제비로 충당하되, 해외 파트너사가 임상관리 업무를 지원하고 있었다. 임상1상 결과에 따라 임상2상 부터는 파트너사가 해당 국가의 사업 권한을 받고 주도적으로 해당국의 임상개발을 진행하는 공동개발 및 사업화의 추진을 계획하고 있었다. 만일 예산이 삭감될 경우 해외 임상의 수행은 개발비 부족으로 개시조차 할 수 없어 현재는 파트너사와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해외 임상을 수행하지 않으면 외국 임상연구자들과의 신뢰도 저하된다. 해외 임상을 수행하기 앞서 외국 임상연구자들에게 해왔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연구 그룹은 대상 국가의 병원에서 모집 가능한 피험자수와 임상진행 여건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연구를 진행하는 임상 연구자들과, 임상시험 물질, 임상 프로토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연구자 미팅을 진행했다. 여러 해외 파트너사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의 연구자들을 소개 받았고 이들로부터,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해외 임상연구자들과의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연구비 문제로 프로젝트의 지연이 장기화 되거나 중단될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우선 고비용으로 생산된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안정성 분석을 통해 유효기간을 늘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적잖은 비용이 든다. 만일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유효기간이 지날 경우 폐기 비용과 재생산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도 부담요소다. 

기업 입장에선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및 효능에 대한 검증 (POC, Proof-of-Concept)을 신속히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제품화를 하거나 기술이전 등 사업화를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연구비 삭감은 당연히 프로젝트 진행의 지연을 가져온다. 당초 연구 그룹이 개발하는 백신의 경우는 임상2상까지 신속하게 안전성 및 효능 측면에서 우수성을 검증한 바 있다. 조만간 해외 기관에 라이센스 아웃(license-out) 계약을 맺거나, 국내외 비영리기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감염병 백신 개발은 항암제나 퇴행성 질환과 같은 타 분야 신약 치료제 개발과 비교하면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도가 낮은 것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필요한 백신은 공공재로서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개발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백신을 수입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위급한 감염병 사태에선 해외 백신도 자국민 위주로 보급이 우선시된다. 

결핵 백신의 경우 기업보다는 비영리 기관이나 국제 단체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사회에 대한 기여를 고려해 백신을 개발할 경우, 투자비용을 낮춰 사업성을 높이고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러한 백신개발 현장을 감안했을 때 정부의 백신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백신개발을 위한 기업의 자체 투자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이뤄진다. 만약 정부 지원이 부족할 경우 백신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되기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많은 백신 프로젝트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원활한 개발이 진행되고 이들 백신들이 상용화 단계까지 도달해 국민 모두가 질환에 대한 걱정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서유석 에스엘포젠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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