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글로벌 전환기, 시나리오 플래닝 강화"
탄력적 경영체계 마련해야"
친환경 사업 투자도 가속화
SK그룹은 12년 만인 지난해 재계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올해 5월 기준자산은 327조3000억원, 매출은 22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2%, 32% 더 커졌다.
특히 SK그룹의 지난해 수출은 83조4000억원으로 한국의 수출총액(863조7700억원·6839억달러)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내수시장에만 머문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취임 초부터 글로벌 진출, 해외 거점 확대 등을 강도 높게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수출은 최 회장 취임 전보다 10배 늘었다.
글로벌 공급망,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그린, 바이오, 반도체, 디지털로 이어진 핵심 사업 성장이 두드러졌다. 가파르게 다운사이클로 진입한 반도체 업황, 대규모 초기 투자가 들어가는 배터리 사업 등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SK는 하반기부터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SK는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전략적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 시스템과 모든 임직원의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과거 경영 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다”며 “미중 경쟁과 경제 하강 국면,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와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그룹 분위기를 일신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으로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 자산, 설비 투자, 운영 비용 등을 빠르게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이 같은 징후가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시나리오 플래닝 외에 또 다른 화두로 ‘글로벌 전략 재점검’도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과거와 달리 하나의 시장이 아닌,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개별 시장마다 SK의 의미와 상황을 담아낼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시장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SK그룹 계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핵심 성장 산업인 바이오·배터리·반도체에서 글로벌 성과를 내는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반의 사업 모델 혁신을 지속하고 친환경 사업 분야 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힘쓸 방침이다.
실제로 SK의 ESG 스토리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21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넷제로’를 선언했고, 그해 10월 CEO 세미나에서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에 해당하는 2억t의 탄소를 줄이는 데 SK가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각 계열사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신재생에너지, 폐플라스틱 활용 도시유전, 폐기물 처리 등 탈탄소 그린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SK㈜와 SK E&S는 2021년 9000억원씩 총 1조8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수소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가 됐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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