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정치 없는 국회, 법 모르는 대법원장
'홍철 없는 홍철팀.'
TV 예능 '무한도전'의 인기 에피소드에서 나온 유행어다. 노홍철과 박명수가 가위바위보로 한 명씩 팀원을 뽑기로 했다. 그런데 박명수가 노홍철을 팀원으로 뽑으면서 졸지에 홍철팀은 홍철 없는 홍철팀이 돼버렸다. '앙금 없는 찐빵'처럼 핵심이 빠진 아이러니한 상황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최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과정에서도 입법부와 사법부는 예능에서만 볼 줄 알았던 이 같은 상황을 재연했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법을 잘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신고 누락, 처가의 증여세 탈루 의혹, 건강보험법 등 법 위반 쟁점을 두고 "몰랐다"는 말만 반복했다. '법 모르는 대법원장' 후보자라는 예능 같은 상황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정치가 사라져버린 국회도 예능의 한 장면 같다. 여당은 야당에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상대방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정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를 당론으로 밀어붙인 거대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의혹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목적의 '방탄성 부결'이란 관측만 무성하다.
홍철 없는 홍철팀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그러나 최근 입법부와 사법부에 벌어진 일련의 촌극은 크나큰 '쓴웃음'만 줬다. 사법부 수장 공백이 장기화될 때 큰 피해를 보는 건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법관 12명이 참석하고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지연되면 유사한 사건을 다루는 하급심 재판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사법부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후임 대법관 지명 등 사법행정상 혼란도 예상된다.
한시라도 빨리 제대로 된 후임 후보자를 찾아 사법부 수장 공백을 최소화해 주기 바란다. 이번에는 정치를 하는 국회, 법을 잘 아는 대법원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 웃음은 예능에서 찾겠다.
[최예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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