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대부분 기업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나온 성과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던 게 주효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대로 복귀하는 등 계열사 대부분이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차그룹 비금융 계열사 9곳(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위아·현대오토에버·이노션)의 상반기 매출은 206조6291억원, 영업이익은 17조46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3%, 39.9%가량 급증한 ‘역대급 실적’이다. 이런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국내 기업 중 최대다.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현대차와 기아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조83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은 6조2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4% 급증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상반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이다.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4조1076억원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30조3519억원, 영업이익은 1조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각각 28.5%, 36.9%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대 회복에도 성공했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의 차량 판매가 증가했고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차량 부품사인 현대위아도 선방했다. 현대위아의 상반기 매출은 4조3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었다. 영업이익은 116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 증가했다. 현대위아는 현대차·기아에 엔진,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SW) 사업을 앞세운 정보기술(IT)업체 현대오토에버는 상반기 매출 1조4198억원, 영업이익 83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9.3%, 영업이익은 63% 폭증한 수치다. 현대차·기아 광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이노션 역시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한 9565억원, 영업이익은 19.2% 늘어난 609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외의 산업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13조1944억원, 영업이익은 3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7%, 14.5%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만 보면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좋은 실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러닝터널, 파나마 메트로 3호선,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국내외 대형 공사가 본격화했고 국내 주택부문 실적이 반영됐다.

방산과 철도 사업을 앞세우는 현대로템도 상반기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1조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0.2% 급증한 991억원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가파른 영업이익 상승률이다.

현대글로비스 실적은 해운 불황에 따른 운임과 운영 선대가 하락하며 소폭 감소했다.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12조8357억원, 영업이익 819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6.4% 줄어든 수치다. 현대제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5274억원, 7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47.4% 감소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