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주시 ‘천수답식’ 상수도행정 언제까지 할 건가
낡은 것은 밸브·전산이 아니라 고장 난 ‘광주시 행정’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는 올해 초 정수장 송수관 유출 밸브 고장으로 인한 대규모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로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또 올 봄 가뭄으로 인해 상수원인 화순 동복댐 고갈이 우려되자 대량으로 문자를 발송해 마치 시민들이 식수난의 주범인양 내몰아 반발을 초래했다. 이번에는 수도 요금 이중수납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 지역 상당수 가구의 수도 요금이 중복으로 수납된 것으로 드러나 환불 사태로 큰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계속 반복되는 구멍 난 상수도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형적인 '천수답식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데 따른 부메랑이다.
이번엔 전산 오류로 수도요금 이중수납 '혼란'
11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광주 다수의 수용가(수돗물을 공급받는 곳) 은행 계좌에서 8월 사용분 수도 요금이 두 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다. 지난 4일 출금된 가구는 수납 완료 대상인데도 10일에 요금이 다시한번 출금됐다. 전산 시스템의 오류로 수납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상수도사업본부는 전했다.
월말 또는 20일 납기 중 월말 납기를 선택하고 자동이체를 신청한 가구에서 이중 수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가구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수만 가구가 환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이중 수납 가구를 확인해 환불 조치할 예정이다. 이중수납 건수와 금액 등은 이날 오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정확한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용가에 안내하고 은행 협조를 얻어 가급적 13일까지 환불을 마칠 방침이다.
2월엔 대규모 수돗물 단수 사태…전국적 망신
앞서 지난 2월에는 남구 소재 덕남정수장 정수지 통합 유출 밸브가 고장 나 광주시 대부분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끊기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노후 유출밸브 고장으로 3만 8000여 세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으며, 5만 7000여 톤의 수돗물이 유출됐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단수 없이 복구를 시도했으나 사고원인이 된 밸브가 30년 된 노후밸브인 탓에 개방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1시부터 광주 5개 자치구 가운데 서구·남구·광산구 대부분 지역에 물 공급이 중단됐다.
갑작스런 단수에 시민들은 씻지 못해 외출과 모임을 취소하거나 음식과 빨래 등을 하지 못하는 등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자영업자들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미장원과 카페, 음식점 등은 수돗물이 끊겨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수돗물 유출로 6200만원(일반용 요금 기준) 상당 수도요금을 징수하지 못했다. 또 상가 영업보상, 저수조 청소비 등에 6500만여원 피해 보상금 등을 지급해 총 1억2700만여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시 감사위는 판단했다.
70년대식 동원체제?…계도성 문자 메시지에 시달려
시민들은 봄철 갈수기에는 매일 동복댐 저수율 소개와 함께 물을 아껴 쓸 것을 강조한 계도성 문자 메시지에 시달렸다. 올해 2월 말까지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마른 겨울'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대 수원인 화순 동복댐 저수율이 한 때 20%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광주시는 시민을 대상으로 20%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서고 있고, 시내 길목 곳곳에 현수막 게첨과 함께 물 절약 긴급 재난 문자를 수시로 보냈다. 양치컵을 사용하고, 세면대에 물을 받아서 쓰고 깨끗한 물만 재사용해도 적잖은 물을 아껴 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받아 본 시민들은 마치 자신들이 아껴 쓰지 않아서 물 부족 사태가 초래된 것 같아서 유쾌하지 않았다.
반면에 광주시가 수도 배관 교체를 위한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 등 이렇게 조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시의 사과 메시지를 본 적도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광주도 전남의 다른 지역처럼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는 반 협박성(?) 문자만 매일 받았다. 심지어 광주시는 '소원 빗방울 모으기 프로젝트'라는 'SNS 기우제'까지 지냈다는 소식까지 접했다.
광주 시민의 수도물 주권이 위협받는 것도 그 원인을 찾다 보면 '천수답식 행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사고가 터지면 뒷수습에 호들갑을 떨다가 그렇지 않으면 잠잠해지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탓이다. 지난 2월 덕남정수장 노후 밸브 고장 단수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3개 자치구에 걸친 대형 수돗물 단수 사태를 초래한 광주시(상수도 사업본부)는 관리 강화 대책 등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수도요금 이중수납 사고로 공염불에 그친 모양새다.
광주시의 경우 상수도 배관시설의 노후로 인한 누수율이 5%가 넘는다. 광주시민이 하루에 사용하는 급수량이 49만여톤(1인 기준 337리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시민이 19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이 매년 땅 속으로 새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도시 규모를 가지고 있는 대전은 누수율이 1.7%밖에 되지 않는다. 상수도 배관 교체사업은 재정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다행히 노후 정도는 미리 알 수 있으므로 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는 이런 것을 미리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식수원으로 가뭄 재난에 가장 유력한 대비책 중 하나였을 제4수원지를 보호구역에서 해제해 공적 가능성을 팔아 치워버렸다. 가뭄은 강수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광주시의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물 관리와 상수도 행정이 시민들의 재난 안전과 일상을 빼앗아 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따라서 과거 1970년대 동원 체제를 방불케 하는 '대시민 물 절약 캠페인'에 앞서 광주시의 상수도 정책도 이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노후 상수도관의 조속한 정비와 대체 수원 개발 등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강기정 시장과 광주시는 언제까지 노후화된 상수도관과 전산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낡은 것은 밸브와 전산이 아니라 고장 난 '천수답식' 광주시 행정이다. 사후약방문식 대응은 지금까지로 족하다. 이번에는 또 무슨 대책을 내놓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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