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V리그를 봐야 하나'…미디어데이에 고개 숙인 배구 선수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배구 개막을 앞두고 매년 열리는 미디어데이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축제의 장이다.
20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이번 가을이지만, 연달아 국제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탓에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왜 V리그를 봐야 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질문은 선수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11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이와 같은 질문이 나오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한선수(대한항공)는 "여기 국제대회에 나간 선수가 몇몇 있다. 생각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실망했다"면서 "V리그에서 선수들이 발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최선을 다해 믿음을 줘야 한다.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해서 뛸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표팀 주포로 기대를 모았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허수봉(현대캐피탈)도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죄송하다. 많이 느끼고 경험했다"며 "그래도 돌아오는 시즌은 재미있는 경기를 자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남녀배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로 대회 동반 4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남자부는 아시안게임을 개막하기도 전에 인도, 파키스탄에 연패해 일찌감치 짐을 쌌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8일 남자부 임도헌, 여자부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판 짜기에 나섰다.
일본과 태국 등 신체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은 선전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 배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서재덕(한국전력)은 이번 시즌부터 도입한 '아시아쿼터'로 한국전력이 리베로 료헤이 이가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저희가 반성하며 채워가야 한다. 저희 팀에 일본 선수가 왔으니 일본 배구를 배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그래도 한국 배구를 사랑해달라"고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황승빈(KB손해보험)은 "돌아오는 V리그를 통해 희망 가지도록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선수들도 다음 대회를 기대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인 대한항공은 올 시즌 남자배구 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에 도전한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새로운 역사를 쓸 정말 좋은 기회가 왔다. 통합 4회 연속 우승을 위해 많이 준비했다. 좋은 모습 보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도 "어느 팀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 해보고 싶다. 4연속 통합 우승을 위해 달려왔고, 꼭 해보겠다"고 거들었다.
나머지 6개 구단은 대한항공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전선을 펼쳐야 한다.
이번 시즌 구단별 1명씩 아시아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된 만큼, 전력 평준화를 통해 대한항공의 우승 도전을 저지한다는 각오다.
'대한항공의 우승을 저지할 팀'으로 OK금융그룹을 꼽은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할 거니 챔프전에 직행한다. OK금융그룹이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거라서 그렇게 적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시즌을 6위로 마친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7위 삼성화재보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후 감독은 "올해도 삼성을 저희 밑으로 두는 게 목표"라고 도발한 뒤 "올 시즌 삼성이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삼성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 그만큼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V리그는 아시아쿼터 도입과 함께 사용구를 국제 공인구인 '미카사'로 교체했다.
한선수는 "공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쓴 지는 6개월가량 됐는데, 좀 더 적응해야 한다. 한 시즌을 치르면 모든 선수가 적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V리그 남자부는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릴 지난 시즌 우승팀 대한항공과 2위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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