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언론사 심의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 찾을 수 없어"

박서연 기자 2023. 10. 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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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에 정보통신 심의규정 '사회질서 위반' 조항 적용
언론연대 성명, "정보통신망법 억지 적용, 가당키나 한 일인가"
민주당 언론자유특위 "방통심의위 인터넷 언론 심의 근거 어디에도 없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사상 처음으로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의 보도물(기사, 유튜브 영상)을 심의하자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법행위” “가당키나 한 일인가” 등의 비판이 나왔다.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 관계자를 불러 정확한 보도 경위를 묻기로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1일 “언론연대가 누누이 밝혔듯이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언론을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어제 국회 방통심의위 국정감사에서도 인터넷 언론에 대한 '가짜뉴스' 심의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방통심의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심의를 밀어붙였다. 헌법 무시, 법률 무시,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 위치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사진=금준경 기자.

앞서 11일 오전 10시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황성욱)가 뉴스타파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등이 정보통신 심의규정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다수 위원의 주장으로 뉴스타파 관계자의 '의견 청취'를 결정했다. 야당 추천 윤성옥 위원은 홀로 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안건 '각하'를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원래 5인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현재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가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정보통신 심의규정에 따라 인터넷 언론을 심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신문은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심의를 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돌연 가짜뉴스 대응을 이유로 심의를 시작해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됐다.

이에 언론연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정보통신망법은 일반적인 인터넷 정보와 표현물을 대상으로 할 뿐, 언론 보도를 규율하는 법이 아니다. 방통심의위의 억지 주장대로 인터넷 기사를 비롯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심의할 수 있다면 앞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방송 보도에 대해 각각 방송·통신 심의를 받도록 이중 규제를 적용해야 하며, OTT 콘텐츠(온라인 비디오물)도 당장 통신 심의를 시행해야 한다”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인터넷언론 대상 심의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정작 같은 지위인 신문사의 인터넷 보도 심의에는 모호하게 답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0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류희림 위원장에게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페이퍼 신문도 인터넷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송되기 때문에 방통심의위에서 심의하겠다. 그런 취지 아니냐”고 묻자 류 위원장은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고 답했다. 변재일 의원이 “정보통신망을 통하면 다 해야지, 규제행정기관은 취사선택하지 마라”고 비판하자, 류 위원장이 “(취사선택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이어 “아까 변 의원님 질의를 듣고 깜짝 놀랐다. 메이저 언론사들이 만든 인터넷신문은 심의를 안할 거란 얘기냐.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만든 인터넷뉴스, 인터넷에 유통되는 내용들에 심의를 안할 거냐”고 묻자, 류 위원장은 “온라인에 특별히 사회 혼란을 야기시키는 가짜뉴스가 있다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메이저 언론사 같은 경우는 자체 심의 규정이 있다”고 말하자 윤 의원이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시라. 망에서 돌아다니는 뉴스가 다 똑같은 거지, 왜 그걸 어떤 메이저 언론사를 따로 임의적으로, 자의적으로 판단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언론연대는 “어떤 기사가 심의 대상이 되는지는 전적으로 정부 여당이 과반수를 위촉하는 방통심의위의 자의적인 판단에 달려있다는 걸 재차 확인시켜줄 뿐”이라며 “이게 정부의 검열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정부는 그 의미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가짜뉴스'를 규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백보 양보해 '가짜뉴스'를 규제하더라도,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표현규제는 결코 있을 수 없다. 또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불러서는 안 된다”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행정기관이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심의하여 삭제·차단하는 경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황성욱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도 11일 <언론장악 편승한 방심위의 위법행정,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성명서에서 “인터넷신문 심의는 2008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초유의 일로, 방통심의위의 방송과 통신심의 관련 법 규정 어디에도 인터넷 신문을 심의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이동관 방통위 체제의 하명에 따라 '독립기구' 위상을 팽개치고 정권의 입맞에 맞는 심의에 나서고 있는 방심위는 공식절차를 거친 내부 법무팀의 검토 결과도 무력화시키고 심의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방통심의위 법무팀 A변호사가 인터넷 언론사 보도물은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법률검토 결과 대신, 지난달 20일 B변호사가 심의 대상이 맞는다고 해석한 결과를 채택했다. 상반된 해석 중 하나만 채택해 논란이 되자 류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법원 1심과 2심 판단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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