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해"…우울증 일으키는 '독심술'
우리는 우울증과 불안증은 서로 사촌지간이라고 부른다. 우울하면 절망감 때문에 불안하고, 어떤 사람들은 불안해서 사회 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어 우울하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처한 상황 때문에 우울하고 불안한 것이 아니고, 그러한 상황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대처하는 방식이 우울과 불안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울감은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불안은 미래에 대한 안전을 확인하고 타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쓸 때 느껴지고, 분노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타인으로부터 지치고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감정이고, 수치심은 타인 앞에서 실수했을 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다양한 감정은 자신 내면의 심리 상태를 알려 주는 유용한 메시지이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정서 반응이다. 이렇게 감정은 주어지는데 감정을 파괴적으로 표현하는가 건설적으로 표현하는가의 차이가 인간의 성숙을 말해 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우울한 사람의 인지적인 특징인 독심술(Mind Reading)이란 무엇인가?
독심술은 타인의 행동이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보고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나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예상되는 생각을 추측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확인되지 않은 선입견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독심술을 통해서 얻은 생각의 내용은 대체로 부정적인 생각이다. 독심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확인하거나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고, 현실 검증 없이 믿고 행동한다. 독심술과 비슷한 사고를 예단(Jumping to conclusions)이라고 하는데, 예단은 자기 생각에 충분한 증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미리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결론 역시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이다.
독심술이나 예단 등은 초기에는 상대방이 어떤 행동하리라는 것을 관찰한 결과 학습으로 일어날 수 있다. 즉 내가 어떤 행동을 했더니 상대방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이 행동한 후에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고, 자신이 예상한 반응이 나오면 이전의 경험에 근거해서 상대방은 나에게 부정적일 것이라고 독심술을 하거나 예단하면서 자기 생각을 믿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상황이 변하고 달라졌기에 틀릴 수도 있는데 과거의 경험적인 생각을 믿고 행동할 때 독심술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울한 사람들의 독심술 특징과 대책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생각에 갇혀서 독심술로 다른 사람들을 파악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대인관계를 맺기 때문에 외부와 차단되고 고립되고, 이렇게 되면 또다시 우울하고, 우울한 감정이 독심술로 생각을 왜곡하면서 부정적인 사이클에 빠지면서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필자가 상담 경험에 의하면 우울한 내담자는 다음과 독심술을 하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나를 형편없다고 판단하고 싫어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가 말할 때, 자리를 뜨는 것을 보니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면 내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비난할 것이다. 내가 혼자 밥을 먹으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등의 다양한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즉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독심술을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고, 사람들 앞에서 어색하게 행동하고 사람들을 회피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과 멀리하고 방 안으로 도피 생활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형편 업신여길 것이라는 생각은 실제로 근거가 없다. 물론 주위에서 가족의 일부, 친구의 일부가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일 수는 있지만,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리라는 것을 사실이 아니다. 심각한 인지 왜곡이다. 그러나 우울한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부정적인 독심술을 벗어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독심술에 대한 대책
첫째: 내 생각이 항상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 5감을 통해서 주위로부터 정보와 사실을 수집하고, 이 정보에 의미나 해석하는 과정이 사고인데, 자기 생각은 주관적이기에 항상 정확하거나 옳은 것은 아니다. 자기 생각에 주관성을 인정하고 항상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극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둘째: 내 생각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성경에 보면,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2절)"라고 기록이 되어있다. 즉 우리가 진리 즉 현실에 일치하는 생각에 머무르면 우리는 자유로움과 편안한 감정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비현실적이고, 인지 왜곡이 심하고 현실과 일치하지 않으면 불편함 즉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어있다. 우울한 감정 감정의 본질은 사실이 아닌 생각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 독심술을 하지 말고 물어보고 확인하라.
주위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형편없다고 생각할 것 같으면 그 생각을 확인하는 방법은 물어보면 된다. 예컨대, 친구가 나를 멀리하거나 싫어하는 것 같으면 탐색적인 대화를 통해서 물어보면 된다. "요즘에 나에게 전화도 안 하고 있는데 나에게 어떻게 생각해요?" "혹시 표정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저에게 불편한 점이 있나요?", "때로는 내가 이 집단에서 거부당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저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으로 물어보면 된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은 제발 독심술을 하지 말고 "모르면 물어보고 확인한다"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도록 당부하고 싶다.
넷째: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소한 행동이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그 행동을 확장하도록 해라.
우울증을 심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이클에 빠져 있는데,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을 통해서 긍정의 사이클로 전환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즉 즐거운 음악 듣기, 산책하기, 간단한 운동 하기 등을 했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고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면 이러한 긍정적인 행동을 확장해 나가면 부정적인 사이클을 긍정적인 사이클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반복적인 이야기이지만, 우울증의 주범은 환경이나 외적인 사건이 아니고, 이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 생각이 주범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현실 검증도 되지 않는 독심술에 의한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대신에 "잘 모르면 물어보고 확인하고 행동하면 우울증에서 감정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
채규만 교수 (kmcha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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