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3년은 ‘전동화’ 성과, ‘중국 판매·순환출자·정의로운 전환’ 숙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53)이 오는 14일 취임 3년을 맞는다. 현대차·기아를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판매량 톱3’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 부진은 수년째 돌파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동화 과정에서 차 업계 일자리까지 지켜내야 하는 등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도 정 회장에게 안겨진 과제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684만5000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사상 처음 ‘톱3’로 올라섰다.
특히 정 회장 체제 하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발 빠르게 개발하는 등 전동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에 이어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리스용 전기차(상용차) 판매로 돌파구를 찾아서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전기차·미래차 사업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카메라 등의 분야에서 이재용 회장(55)의 삼성그룹과 협력하는 등 실용적 행보도 정 회장 시대의 특징이다. 자동차 시장 진출 전력이 있는 삼성을 경계하며 협력을 꺼렸던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외에도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로봇, 도심형 항공모빌리티(UAM) 투자를 늘리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도 정 회장의 주요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전환 중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이는 ‘비테슬라’ 진영의 기존 완성차 업계 내에서 거둔 ‘우물 안 성과’라는 점에서는 한계다. 전기차 판매량에서 여전히 테슬라와 차이가 크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자체 운영체제(OS), 방대한 주행 데이터,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하는 테슬라와 차이가 크다.
또한 성장세가 큰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힘을 못 쓰는 점도 정 회장의 발목을 잡는다. 현대차그룹은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을 7%까지 늘렸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점유율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매각에 이어, 현재 충칭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충칭 공장은 물량이 없어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다.
빠른 전동화 전환 과정에 기존 내연기관 관련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며 끌고 갈지도 안팎에 관심거리다. 이미 미국에서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GM·스텔란티스 등을 상대로 임금 인상, 일자리 유지 등을 주장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무원 연세대 교수는 “기존 내연기관차 사업과 전기차·소프트웨어·로봇·UAM 등 신사업 간 직급·보상 체계 등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실패한 이 일에 정 회장이 새로운 솔루션(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순환출자 구조도 풀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형 지배구조에 있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는 현대모비스(정의선 0.32%, 정몽구 7.19%), 현대차(정의선 2.65%, 정몽구 5.39%), 기아(정의선 1.76%)의 일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 AS·모듈 사업을 인적분할해 정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 했지만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보완 뒤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순환출자 해소에 진전이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 해소 관련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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