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웃는 푸틴… 젤렌스키 “관심 분산 안 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동전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며 거듭 우려를 표했다. 앞서 3일 케빈 매카시 전 미 하원의장의 탄핵으로 이미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원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푸틴 “美 외교정책 실패”
푸틴 대통령은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하메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회담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번 사태를 중동에서 미국의 실패를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데 애쓰지 않았다. 자신들의 견해만 강요하면서 양측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을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무리하게 압박했고, 하마스가 이에 반발해 이번 공격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전화에서도 중동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특히 민간인 희생자의 급증을 우려했다. 두 정상은 즉각적인 정전과 평화협상의 재개만이 해법이라는 데도 공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대해 “가자지구의 대량학살만 불러올 뿐”이라며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하마스가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을 줬다”며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같은 기회를 노려 “사실적, 감정적, 재정적, 기술적 관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은 하향 추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전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은 여전하다. 러시아는 10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이 위원회에서 퇴출됐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이날 83개국의 지지를 받았다며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이날 중국은 신장위구르 등에서의 인권 탄압 의혹 속에서도 이사국 재선출에 성공했다.
● 젤렌스키 “관심 분산 안 돼”
그는 10일 프랑스2 TV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관심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멀어질 위험이 있고 거기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중동의 비극으로 러시아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동시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미국이 두 나라(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규모로 돈을 쓰기엔 너무 이르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야당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단일대오가 흔들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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