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폭 1조 줄여···"감산發 선순환구조 완성단계 진입"

진동영 기자 2023. 10.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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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깜짝실적]
◆ 올들어 첫 조단위 영업이익
DS부문 적자 3조 중반대로 급감
플래그십 스마트폰 실적 호조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 뒷받침
가전도 불황속 5000억 흑자 선방
[서울경제]

삼성전자(005930)가 3분기에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핵심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에서의 적자 감소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등 다른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가 맞물린 결과다.

여전히 수조 원 단위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한파 속에서도 전사적으로는 2조 원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황이 확실하게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면서 내년부터 시작될 반등 시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11일 공개한 3분기 잠정 실적 결과는 시장의 우려를 확실히 바꿔놨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조 1344억 원이었지만 최근 들어 전망치가 낮아지는 추세였다.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전망치는 1조 8396억 원으로 1조 원대에 그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잠정 실적은 2개 분기(1·2분기) 연속 6000억 원대에 그쳤던 부진을 해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4분기에 대한 확실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평가다.

이번 잠정 실적에서는 사업 부문별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는 31일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흑자 사업부는 예상보다 더 나은 실적을 내고 적자 사업부는 적자 폭을 줄이면서 바람직한 모습의 전사적 실적 개선을 이뤘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2개 분기 연속 4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DS 부문이 3조 원대 중반 수준으로 적자 폭을 크게 낮췄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적자 폭을 1조 원 안팎으로 줄이면서 마지막 악재를 털어내고 내년부터 다시 조 단위 성장으로 ‘업턴(상승기)’ 전환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력인 D램이 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로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던 D램의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멈추면서 반등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의 고정거래가를 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는 전월과 같은 1.30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카드, 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은 5개월 연속 3.82달러로 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현물가는 최근 반등 흐름으로 전환하면서 4분기 가격 상승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밴더사들의 재고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라며 “밴더사들의 재고가 줄면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맞춰 가격이 올라가면서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 부진한 사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판매 호조로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Z 플립5·폴드5의 판매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2분기와 비슷한 3조 원대 중후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갤럭시Z 플립5·폴드5의 연간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는 반도체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SDC) 등의 수요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상반기 갤럭시S23 시리즈에 이어 폴더블폰까지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면서 반도체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가전(CE) 사업부도 글로벌 수요 부진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5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TV의 수요 감소에 대응해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에는 실적에 더욱 큰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회사는 제품 판매뿐 아니라 스마트폰·TV 등 하드웨어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게임·영상 등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애플의 아이폰15 출시 효과 등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기·전자장비(전장) 사업을 책임지는 자회사 하만 또한 2000억 원대의 안정적인 흑자 흐름을 이어가면서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방향성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모든 면에서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메모리 업황 반등은 공급 조절을 통한 가격 반등이라는 점에서 회복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져 있고 HBM3 및 HBM3e 시장도 2024년부터 진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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