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 사이 숨어 있었다” 하마스 공격 퍼부은 페스티벌서 생존한 남성

정채빈 기자 2023. 10.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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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공격받은 음악 축제장 현장에 불에 탄 차량이 남아있다./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무차별 공격을 가한 이스라엘 남부에서 열린 음악 축제장에서 생존한 남성이 “시신들 사이에 몸을 숨겨서 살아남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10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브라질 출신의 라파엘 짐머만(27)은 지난 7일 하마스가 습격한 음악 축제장에 있었다. 그가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기던 도중 갑자기 로켓포가 여기저기에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축제는 중단됐고 짐머만은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다른 브라질인 2명과 함께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인근 벙커로 대피했다. 해당 벙커에는 40~50명의 사람들이 피신해있었고, 벙커 밖에서는 경찰이 하마스 대원과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무장 대원들이 벙커를 둘러싼 채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한 것이다. 짐머만에 어느 순간 벙커 안에 무언가가 던져졌고, 이후 정체불명의 가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짐머만은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사용됐던 가스가 떠올랐다”며 “그 가스를 마시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30초가 지나면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기도 했다. 나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하마스 대원들은 벙커에 진입해 섬광 수류탄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짐머만은 당시 주변에 있던 시신으로 몸을 숨기고 죽은 척하고 있었다. 그는 “나는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가스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저 평화롭게 죽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현장을 떠날 때까지 짐머만은 시체 사이에서 숨을 죽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짐머만을 포함해 6명만이 해당 벙커에서 살아남았다. 짐머만은 파편상을 입었다며 “이건 기적이다. 나는 생존자이고 기뻐해야 한다”며 “나는 너무 많이 울었다. 내가 겪은 일은 비인간적이다. 누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번 공격 이후 음악 축제장에서 최소 26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짐머만은 “우리는 그저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이었을 뿐”이라며 “전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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