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에 수백억가치 국가핵심기술 유출 신고했지만...포상금은 300만원
매년 100건 안팎 검거에도 포상금 예산은 총 500만원 뿐
기술 동일성 감정 비용도 피해 기업이 부담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가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를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빼돌린 혐의를 받는 한국 국적 연구원 A씨를 붙잡아 지난해 10월 검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재직 중 취급하던 국가핵심기술 자료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이직할 목적으로 기술을 고의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기술은 수백억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건 제보자 B씨였다. B씨는 자기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고, 덕분에 국가핵심기술 추가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보자 B씨처럼 기술 유출을 신고한 이가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은 얼마일까.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최대 1억원까지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포상금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이 11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1월 기술 유출 신고포상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그나마 많이 받은 편에 속한다.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기술 유출 신고포상금이 지급된 건 B씨 포함 총 3건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10월 한 방산업체의 국가핵심기술자료를 유출한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구체적인 단서를 제공한 제보자는 150만원을 받았다. 또 지난해 7월엔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의 해외 주재원이 퇴사할 당시 국가핵심기술 자료를 열람한 사건과 관련한 첩보를 제공한 제보자가 있었는데, 그는 신고포상금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기술 유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이 검거한 건수는 2019년 112건, 2020년 135건이다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1년(89건) 잠시 주춤했다. 2022년 104건으로 늘었고, 올해 9월까진 8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엔 방위사업 관련 기술 유출이 2건이었는데, 이러한 범죄 유형은 최근 5년간 처음 적발됐다. 방산기술보호법 위반 2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이 해당 기업 및 국가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 고발 등 신고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2022년 국정원이 적발한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93건으로 피해액은 25조 원(연구개발비와 예상 매출액을 반영해 추산)에 달한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것은 33건이다. 분야별로는 반도체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20건), 2차전지, 자동차, 정보통신(이상 7건) 순이었다.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인센티브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밝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신고 및 포상 현황’을 보면 2022년 4월 부정 거래 신고로 1억2000만원이 지급된 바 있다. 산업기술 유출 신고 포상금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해 10월 ‘산업기술 핵심인력 유출 브로커 대응강화 방안 연구’에서 신고 포상금을 최대 5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보고서에는 “산업기술 유출과 유사한 " ‘불법선거운동조직 설치·운영’, ‘5000만 원 이상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5억원 이하를 지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가 간 반도체,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기술에 대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산업기술 유출범죄의 심각성이 불법선거운동조직이나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관련된 범죄보다 낮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5년에 게임오버 제우스(GameOver Zeu s) 봇넷의 용의자에 대해서 3백만 달러 보상금을 제시했고, 최근 랜섬웨어 용의자를 검거하거나 가상자산을 더 쉽게 추적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자에 대해서 테러 용의자와 마약카르텔 조직원 검거에 제공하였던 신고보상금과 동 일하게 1000만 달러의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올해 기술유출 신고포상금 예산은 총 500만원 뿐이다. 경찰은 내년도 예산안에 1000만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한 대기업 보안담당자는 “이 정도 증액만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포상금 문제 뿐 아니라 기술 유출을 입증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열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유출 입증을 위해선 ‘기술·소스코드’ 동일성 여부 감정이 필수적인데, 별도 감정 예산이 없어 의뢰를 생략하거나 피해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은 내년도 예산안에 기술유출 감정 관련 3000만원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국가미래경쟁력을 좀먹는 산업기술유출 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경찰은 산업기술탈취범에 대해 중범죄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한편, 기술유출 예방을 위해 기술보유 기관에 대한 보호수준 상향과 보유 기관의 보안 역량 강화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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