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난자도 시험관 시술도 “젊을수록 효과”

이정아 기자 2023. 10.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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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얼린 난자, 수정한 배아로 한 시험관 시술이 임신 성공률 높여
최근 몇년 간 냉동 난자와 시험관(IVF, 체외수정) 시술 건수가 늘어났지만 임신 성공률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임신을 시도하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1년 내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난임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지목됐다./김아람, 이정아 기자

최근 수 년 간 냉동 난자와 시험관(IVF, 체외수정) 시술 건수가 늘어났지만 임신 성공률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임신을 시도하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난임이 늘었기 때문’으로 지목됐다. 난임은 결혼한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음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나이일수록 자연임신이 잘 되듯이 ‘난임 극복’ 시술 역시 젊을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아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 난자 동결, 시험관 시술은 급격히 늘어... 그러나 임신 성공률은 제자리

자료 Clearblue®

당장 결혼이나 출산 계획은 없어도 언젠가 꼭 아기를 낳고 싶은 여성이라면 난자를 동결 보관할 수 있다. 수 년 후 난자를 해동하면 체외 수정을 거쳐 임신할 수 있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에 따르면 난자 동결 보관 시술 건수는 2015년 72건에서 2022년 1004건으로 지난 7년 간 14배 가까이 늘었다.

난임 부부들의 시험관 시술 건수도 늘었다. 시험관 시술은 자연 임신이 어려운 경우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킨 다음, 배아를 5일 정도 배양해(배반포) 여성의 자궁에 인위적으로 착상시키는 시술이다.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만2404건에서 2022년 11만1570건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소득에 관계없이 시험관 시술에 지원하는 비용을 대폭 늘린 결과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한 비율은 2019년 30.1%에서 2022년 28.6%로 다소 줄었다.

이론상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약 40%다. 한국의 의학 기술, 특히 난임 치료 시술 수준이 꽤 높은 데 비해 실제 임신 성공률이 낮은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고령화’를 지목한다. 성별을 불문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생식세포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김지현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2018년 대비 (체외수정 등)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며 “하지만 난임 환자 연령대 자체가 높아지면서 임신 성공률이 정체된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분당차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약 40%가 40대”라고 전했다.

시험관 시술(IVF) 임신 선공률은 2019년 30.1%, 2020년 30.2%, 2021년 30.1%, 2022년 28.6% 등으로 30% 안팎이었다. 만 44세 이하의 경우 2019년 31.1%, 2020년 31.1%, 2021년 30.9%, 2022년 29.5% 등으로 전체 임신 성공률과 비슷했다. 반면 45세 이상은 2019년 3.7%, 2020년 4.3%, 2021년 4.6%, 2022년 4.1% 등 4% 안팎에 그쳤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이는 보건복지부의 통계에도 나타나 있다. 난임 시술에 따른 임신 성공률은 만 44세 이하의 경우 2019년 31.1%, 2022년 29.5% 등으로 전체 연령대의 임신 성공률과 비슷하다. 하지만 45세 이상은 2019년 3.7%, 2022년 4.1% 등 4% 안팎에 그쳤다.

김지현 교수는 “환자들이 난임을 겪는 가장 흔한 원인은 ‘난소 기능 저하’”라며 “그밖에도 자궁내막증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근종 등 구조적인 원인이나 조기폐경, 남성적인 요인 등이 있다”고 밝혔다.

◇ 냉동 난자든 시험관 시술이든 젊을수록 유리!

대구차병원 난임센터에 설치된 난자탱크./ 대구차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난임을 극복하고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갖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비혼이 늘어나고 결혼,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빨리 하라고 젊은 세대에게 부추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김 교수는 “개인적인 사정이 다 있으므로 결혼, 출산을 빨리 하라고 장려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임신 계획이 있는 부부라면 임신을 미루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자꾸 실패한다면 일찍 난임병원을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른 나이에 난자를 얼릴수록 그 난자를 해동했을 때 임신 성공할 확률이 높다”며 “난자를 동결보관할 생각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난자를 동결했다가 해동했을 때 생존율은 대개 80~90%다. 이 난자가 정자와 수정하는 데 성공할 확률은 70~80%다. 이 수정란 중 일부가 자궁에 이식 가능한 단계, 즉 배반포까지 자란다. 수많은 과정을 성공해 임신이 되려면 난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유리한 셈이다. 또한 동결보관한 난자보다는 동결보관한 수정란을 이용할 때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 수정란 역시 동결보관할 때의 부부 나이가 젊을수록 임신 성공률이 높다.

체외 수정해 5일 배양한 배아./© 2023 Europe IVF

대부분의 환자들이 시험관 시술 1차에서 성공하지 못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시도 끝에 아이를 갖기도 한다. 호르몬 관련 약을 사용하는 탓에 건강을 해칠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시험관 시술을 여러 번 한다고 해서 비만이나 암, 조기폐경 등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다만 시험관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난소 기능 저하나 자궁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폐경이 빨리 된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시험관 시술로 임신이 되더라도 끝까지 유지해 건강한 아기를 낳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김지현 교수팀은 지난달 25일 서울대, 고려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일을 하는 여성보다 하지 않는 여성의 경우 유산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근무 환경이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쉽다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는 이상 일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일하는 것 자체가 시험관 시술 실패율이나 유산율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JKMS(2023) DOI: https://doi.org/10.3346/jkms.2023.38.e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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