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조 겨냥 신고센터, 99.9%가 ‘사측 불법’…노동부는 ‘침묵’[국감2023]
신고 99.9%가 ‘사측 불법·부조리’
노동부, 말 않거나 다른 통계만 공개
“노조 흠집내려 무리해서 통계 왜곡”
고용노동부의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의 99.9%는 부당노동행위·임금체불 등 사측의 불법·부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이 같은 전체 현황을 밝히지 않고 사측 불법 신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만 공개해 왔다. ‘노조 때리기’를 위해 무리하게 ‘꼼수 통계 왜곡’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피신고 현황’을 보면, 신고센터가 열린 1월26일부터 8월31일까지 전체 신고 18만385건 중 ‘사용자 피신고’는 99.9%인 18만161건으로 나타났다. ‘노조 피신고’는 224건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사측 대상 신고를 유형별로 보면 ‘임금체불’이 17만7169건으로 대부분이었다. ‘휴업·휴직·휴가 등 부당행위’가 1082건, ‘직장 내 성희롱’이 433건, ‘불공정채용’이 343건 등이었다. 노조 대상 신고는 ‘노조 운영·회계투명성’이 77건, ‘노조 불법부당행위’가 40건, ‘기타’가 107건이었다.
전체 신고건수 중 사측을 대상으로 한 신고가 99.9%에 달했는데도, 노동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신고센터 내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 신고내역만 공개했다.
신고센터는 크게 상단의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와 하단의 ‘사용자 부조리 신고 창구’로 구성돼 있다. 신고센터 홈페이지는 메인 화면에 두 창구와 함께 각 창구의 신고 대상 행위 유형을 안내한다. ‘노조의 폭력 행위’를 신고하려는 사용자는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를, ‘사용자의 임금체불’을 신고하려는 노동자는 ‘사용자 부조리 신고 창구’를 자연스럽게 클릭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에 접수된 신고조차 사측 대상 신고가 훨씬 많았다. 진 의원실이 받은 ‘1월26일~8월31일 노사 부조리 신고 창구 한정 신고 건수’는 1512건인 데 이 중 85.2%인 1288건이 부당노동행위·임금체불 등 사측 대상 신고였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5월14일 보도자료를 내 ‘신고센터 운영 100일째인 5월5일까지 973건이 접수됐고 697건을 처리했다’고 홍보했다. 당시 노동부는 노사 각각에 대한 신고건수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경향신문 보도로 사측 대상 신고가 89%로 훨씬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 의원은 “의도적으로 노조의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5301358001
신고센터 홈페이지 디자인이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고센터에 처음 접속하면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가 가장 상단에 뜨며, ‘신고하기’ 버튼도 커다랗게 배치돼 있다. ‘사용자 부조리 신고 창구’는 하단에 위치하며, 신고 버튼도 6개 유형별로 작게 나뉘어 있다. 이 같은 디자인이 역으로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에 사측 부조리 신고가 더 많이 접수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측의 부조리를 신고하려고 신고센터에 접속한 이용자가 가장 눈에 띄는 ‘신고하기’ 버튼을 누른 뒤, 곧바로 연결된 ‘노조 부조리 신고 창구’에서 사측의 불법을 신고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신고센터 설립 때부터 노조의 불법·부당행위를 강조했다. 올해 초 대통령실에 센터 설립 계획을 보고할 때 ‘노동조합 가입 등 강요, 타 노조원에 대한 차별적 조치 요구 등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금지’만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 3월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 보도자료에서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노조의 불법·부조리 사례 3개만 연달아 앞세우면서 근로감독·수사 등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진 의원은 “노조의 문제를 들추려고 무리한 통계조작까지 하는 모양새”라며 “노동부는 편향된 인식을 바로잡고 절대다수, 99.9%의 사용자 불법행위부터 바로잡아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 부당행위 신고 창구’로 분류된 피신고현황에는 기존에 운영하던 다른 채널의 신고도 일부 섞여 있어 그간 발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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