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메릴스트립, 그리고 엄정화[인터뷰②]
엄정화가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10일 오후 스포츠경향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화사한 그녀’ 개봉을 하루 앞둔 엄정화를 만났다.
엄정화는 가장 아이코닉한 만능 엔터테이너다. 춤과 노래, 연기, 예능까지 어설픈 구간 없이 자유로이 넘나든다.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해 같은 해 데뷔 앨범 ‘Sorrowful Secret’를 발매, 약 30년간 정상급 가수 겸 배우로 군림한 그는 올해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보는 시청자뿐 아니라 수많은 후배 엔터테이너들의 귀감이 됐다.
“처음부터 같이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배우와 가수 병행은 어려웠어요. 다른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관념이 있었거든요. 가수는 가수만 해야 하고 배우는 배우만 해야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게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고, 많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잖아요. 꾸준히 해왔던 제가 있기 때문에 후배들이 그렇게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 들죠.”
지금의 엄정화 같은 ‘언니’가 없던 시절. 엄정화는 무엇으로부터 길을 찾고 원동력을 얻었을까. 막막한 순간이 없을 리 없었다.
“감사하게도 계속할 수 있게 일이 주어졌어요. 두렵기도 막막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접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죠. ‘서른 넘었으니까 발라드만 불러야지’ ‘노래는 그만하고 연기만 해야지’ 이런 틀에 맞춰 생각하지 않은 게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하나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거든요. 힘들 땐 힘든 걸 이겨내고 싶어서 계속 일했어요. 그 일 때문에 거기서 멈춰버리면 나중에 돌아볼 때 슬플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 마음은 멈추고 싶지 않으니까. 여전히 (이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 계속 시도했죠. 나이나 인기를 떠나서 해내고 싶은 마음을 따라왔어요. 원동력은 너무너무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가슴 뛰는 순간을 좇아 살아온 엄정화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댄스가수 유랑단’의 시초가 된 MBC ‘놀면 뭐하니?’ 속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가 그랬다.
“환불원정대는 효리가 방송에서 언뜻 이야기 꺼낸 걸 냉큼 잡았어요. 효리한테 SNS로 ‘나 준비하면 돼?’라고 한 게 화제 되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그때 마음이 막 뛰었어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갑상샘암 수술로 인한) 목소리 때문에 두렵기도 했지만 재밌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덕분에 ‘댄스가수 유랑단’까지 이어졌고, 대학 축제에도 서게 됐잖아요. 대학 축제 때는 정말 놀랐어요. 어린 친구들이 제 노래를 다 따라불러 주더라고요. 동시에 ‘차정숙’이라고도 외치는데 정말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엄정화는 도전적인 에너지와 동시에 이례적이라는 감상이 들 만큼 ‘두려운’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환불원정대 활동을 시작하면서도, 대학 축제에 오르기 전에도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에 먼저 휩싸였다. 특히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공개된 ‘닥터 차정숙’ 첫방 후 홀로 눈물 흘리는 그의 모습은 공감을 넘어 어떠한 위로의 지점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엄정화는 “예전엔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았다. 요즘이 더 소중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데뷔 초엔 두려운 감정보단 스스로 믿었던 게 커요. 기회가 잘 주어졌었거든요. 오히려 요즘이 더 소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오래 하고 싶은데, 이 나이에 잘 해내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오더라고요. ‘닥터 차정숙’ 같은 경우엔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이기도 했고,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어요. 특히나 아들·딸로 나온 배우들에게도 (신인인 만큼) 소중한 작품일 거잖아요. 어딜 가나 떳떳한 작품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엄정화는 어느 때보다 바빴던 올해를 돌아보며 “여러분이 느끼기에도 정말 자주 보인다 싶을 거다. 자주 만나기 어려운 기회인 만큼 이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보너스 같은, 특별한 해인 것 같다. ‘화사한 그녀’까지 잘 돼준다면 대박 럭키”라고 말했다.
‘보너스’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요동치는 그다.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어요. 주어지면 언제든 하고 싶죠. 나문희 선배, 고두심 선배, 윤여정 선배 그리고 메릴 스트립. 나이가 들어도 누구보다 멋진 존재감을 보여주시잖아요. 그런 힘을 갖는 게 제 꿈이에요.”
엄정화가 출연한 영화 ‘화사한 그녀’는 11일(오늘) 전국 극장에서 개봉, 절찬 상영 중이다.
김지우 온라인기자 zwo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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