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논란' 레미콘트럭 예측 용역 번번이 유찰…연구소도 기피
감사원 감사로 '과소추정' 등 문제 포착...전문성 없는 1인 연구소가 용역하기도
국토교통부가 14년 동안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를 막으며 근거로 활용하려고 실시한 '통계 분석' 연구용역이 번번이 유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에 활용할 자료가 불충분하고, 어떤 분석을 해도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부담감에 민간 연구기관들이 용역을 기피하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로 통계 분석 자체도 '엉터리'라고 드러난 가운데, 애당초 국토부가 무리한 통계 분석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국토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구' 용역은 다섯차례 유찰됐다. 연구는 2021년을 제외하고 여섯번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용역계약이 체결됐다. 수의계약 사유는 △경쟁입찰을 했으나 입찰자가 한곳 △재공고 후 유찰 등이었다.
수급조절 연구를 할 연구기관 자체가 적어 유찰이 빈번했다. 국토부는 전국에 레미콘 트럭이 과잉 공급되면 레미콘트럭을 소유한 개인차주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레미콘 트럭 증차를 2009년부터 정책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2년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통해 증차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에 앞서 향후 2년 레미콘트럭 수급 상황을 예측하는 연구를 실시한다.
연구기관들은 레미콘 트럭 대수 등 과거 데이터를 통계 모형(model)에 학습시켜 미래의 수요량과 공급량을 예측한다. 통계 모형은 통계학 전문가가 설계해야 하지만, 건설업계 연구기관 중 통계 전문가를 갖춘 곳은 많지 않고 결과적으로 용역입찰 공고를 내도 입찰자도 매번 0~2곳으로 적었다. 2009년부터 14년 동안 연구는 국토연구원과 건설기계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설연) 세곳이 돌아가며 했다. 국토연구원은 주(主) 연구분야가 균형발전, 도시재생 등 '국토 개발'이고, 건설기계산업연구원은 원장이 실무까지 하는 1인 연구소다.
문제는 해당 세곳도 국토부의 수급조절 정책이 시행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계 예측 연구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연구기관들은 통계로 레미콘 트럭이 앞으로 2년 충분할지, 부족할지 확정적인 결론을 내야 하는데 어떤 결론을 내도 증차를 요구하는 레미콘 회사 또는 증차를 반대하는 차주 노조 측에서 항의를 받는다. 모 연구소는 앞으로 수급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내부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자는 "어느 때부터 연구용역을 따와도 막내 연구자에게 미루는 기피 현상이 있다"고 털어놨다.
국토부가 14년 동안 수급 예측 용역 계약에 지출한 예산은 약 3억4300만원이다. 4~5개월 연구에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8000만원을 썼는데 감사원은 14년 동안 연구가 레미콘 트럭 수요를 과소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수급조절 제도로 증감이 통제된 레미콘 트럭 등록대수를 시장 수요로 가정하고 수급 예측을 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올해 예측 연구를 한 국토연구원은 같은 문제를 되풀이했다. 국토부는 연도별 데이터를 볼 때 건설투자가 늘면 레미콘 트럭 등록대수도 늘었기 때문에 등록대수를 트럭 수요라 봐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 반응해 공급량이 증가한 것이지 등록대수를 수요량이라 보면 안된는 게 통계학계의 반론이다. 과소 추정 문제는 감사원 내외부 통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과거 수급 예측을 한 연구기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건설연 연구자는 감사원 조사를 받으며 서면 의견서에 "(수요 예측의) 반응변수로 사용된 믹서트럭 등록대수의 문제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등록대수 이외에 고려할 변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통계 예측에 활용할 자료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썼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통계 모형에 활용할 데이터가 부족해 모형을 설명하는 변수가 제한적이며 이는 분석 결과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수급 예측은 어떤 변수를 활용하더라도 변수 및 신뢰도와 관련하여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애당초 국토부가 무리한 통계 예측을 강행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의 연구자는 감사원 조사에서 "수급 예측보다는 건설시장 전망으로 호황이 예상되면 수급조절을 해제하고, 불황에는 유지하는 등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술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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