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수수’ 이정근, 항소심에서 징역 4년2개월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사업가로부터 10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원철)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의 항소심에서 4년2개월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8개월, 알선수재 및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8억9680여만원을 추징하고 압수한 각종 명품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이 전 부총장은 1심에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알선수재 및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보고 형량을 1년8개월로 높였다. 하지만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총 형량이 1심보다 4개월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위당직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치자금과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직무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10억원에 못 미치는 금품을 수수했다”면서 “범행 횟수와 액수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수차례 입후보한 정당인으로 공무원에 준하는 염결성이 요구되는데도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항소심에서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등 진지한 성찰도 없었다”고도 했다.
다만 “일부 공소사실이 무죄가 돼 추징액이 줄어들어 수수액이 줄어든 과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 이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검찰은 1·2심 모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1심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는데도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하자 사실상 감형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과 이 부총장 사이에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플리바게닝은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이 피의자의 형량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미국이 시행 중이나 한국에는 이 제도가 없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을 통해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주겠다며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총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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