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물음표 가득했던 신작 소개 "음악의 단절·모호한 엔딩, 처음부터 생각"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기자간담회와 스페셜 토크에 참석했다.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두 작품이 초청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2년 만의 내한이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부산에 2년 만에 오게 되어 기쁘다. 지난번처럼 뉴욕영화제에서 바로 오게 되어 아직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천천히 즐기고 싶다."라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전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영화의 시작에 대한 질문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이었던 이시바시 에이코 씨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본인이 공연하는 라이브 퍼포먼스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이 기획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스스로 찾아가야만 했다. 이시바시 에이코 씨와 관련된 것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만들어진 스튜디오가 있는 지역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 지역에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설명회)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지역에 계신 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 영화임을 밝혔다.
이어 영화의 소재인 '자연'에 대해서는 "이시바시 에이코 씨는 항상 자연 속에 있고, 그가 만드는 음악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영화 속 사건은 사실 반복되어 일어났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적으로는 눈앞에 이익을 좇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일을 초래할지 모르고 진행하는 일들을 일본에서 많이 추진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을 좇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패턴이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패턴 때문에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인간의 신체를 파괴하고 정신과 마음을 파괴하는 일이 일어난다. 삶의 패턴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니라면 그것은 반복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문제의식이고 앞으로의 영화 제작에도 이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싶다."라는 말을 전했다.
같은 날 10일(화) 저녁에는 영화 상영 이후 남다은 영화평론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관객들이 함께하는 스페셜 토크가 열렸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관객들을 위해 영화의 특별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전했다. 특히 주인공 '타쿠미' 역을 맡은 배우 오미카 히토시에 대해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 운전을 한 오미카 히토시 씨가 주연 배우가 되었다. 오미카 히토시 씨는 '우연과 상상' 스태프였었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오미카 히토시 씨가 대역 역할을 했는데, 말을 안 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지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동물, 특히 살쾡이 같은 느낌이 있기도 했다. 오미카 히토시 씨는 중편 영화를 찍은 감독이고, 배우 입장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라는 말을 전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인만큼, 연출에 대한 이야기도 진행되었다. 우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연기 연출의 경우에는 전작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리딩을 거듭했다. 대사나 행동을 반복하며 배우들이 스스로 역할에 적합한 사람임을 이해하게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배우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그 상태까지 이르면 촬영을 시작했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음악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특별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아름다운 음악은 관객들의 감정을 컨트롤한다. 관객과 내가 맺고 싶은 관계는 조금 더 거리가 있는 것이라 음악의 단절을 사용했다. 영화 속에서 음악이 끊기더라도 이어지는 소리들이 있다. 실제 자연의 소리다. 음악이 끊겼을 때 오히려 계속되는 영상과 음향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 이유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결말의 해석에 대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처음 각본을 쓸 때부터 이 엔딩을 생각했고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촬영을 하며 그 생각이 맞다는 걸 더욱 느끼게 되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관객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스페셜 토크를 성황리에 마쳤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2024년 국내 개봉 예정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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