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우려 있는데…신약개발사업단 "투심위 명단공개 불가" 고집

이창섭 기자 2023. 10. 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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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사업단, '투심위' 통해 신약 연구과제 지원
"투심위 명단 공개 불가"… 이해충돌 회피 여부 알 수 없어
3차례 과정 통과하고도 투심위서 떨어질수도… 평가의 '옥상옥' 지적

보건복지부가 신약 R&D(연구·개발)에서 정부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사업단)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외부 전문가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신약개발사업단 투심위는 최근 2년간 약 1500억원을 들여 229개의 연구과제를 선정했다. 투심위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결정 과정이 공정했는지, 이해충돌은 없었는 지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투심위까지 서면평가 등 3차례 심사과정이 선행돼, 투심위가 평가의 '옥상옥'(屋上屋)이란 우려도 있다.

1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최근 신약개발사업단이 운영하는 투심위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범부처 국가 R&D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의약주권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세 부처가 공동으로 사업단을 결성했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2조1758억원의 돈을 투입한다. 초기 3년은 보건복지부(복지부)가 간사 부처다.

사업단은 대학 연구소·바이오벤처 등으로부터 신약 연구과제의 R&D 지원 신청을 받는다. 이들을 심사해 정부가 지원할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선정한다. 2021년과 지난해 2년간 1451억7399만5000원의 예산이 229개 신약 R&D에 투입됐다. 올해에도 지난 9월까지 829억9200여만원을 지원했다.

투심위는 사업단 내부에 존재하는 평가 과정이다. 신약 개발에서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위원으로 임명된다. 대학병원 교수급 의사, 약학 전문가, 제약업계 관련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외부 위원이 전문성을 발휘해 심사하고, 신약 개발 연구과제의 상업성·시장성까지 살펴보겠다는 게 투심위의 취지다.

신약 R&D 지원을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이 직접 심사하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투심위 운영지침'에서는 심사과제 혹은 연구 책임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투심위 위원 명단 공개를 일절 거부하면서 실제로 이해충돌 회피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게 됐다. 투심위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6차례 열렸다. 회의마다 참석한 전문가 명단과 이들이 어떤 신약 개발 연구과제를 심사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복지부는 투심위 위원 명단을 '열람' 형식으로만 공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열람 도중 사진 촬영 등의 기록은 허용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후에 열람 형식으로도 투심위 위원 명단은 밝힐 수 없다고 번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투심위 위원 명단이 알려지면 향후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 부분에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공개는 곤란하다"며 "비슷한 선례가 있다면 참고할 수 있겠지만, 복지부 차원에서도 근래에 심사나 평가를 담당하는 위원의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단 측으로부터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위원은 사전에 제외하고 평가가 이뤄진다고 일전에 보고받은 바는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단장이 투심위 위원장을 겸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단장이 투심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업계 관계자가 전문성을 발휘해 정부 지원 연구과제를 선정한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사업단 내부 규정에 따르면, 위원장으로 투심위에 참석하는 사업단장은 표결권이 없다. 그러나 위원회 운영을 총괄한다. 결정적으로 예산·포트폴리오 구성 등의 사유로 특정 연구과제에 대한 '선정 불가' 의견을 낼 수 있다.

사업단장의 '선정 불가' 의견은 투심위 다음 단계인 운영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된다. 서면·발표·실사 등 앞선 3단계의 평가 절차를 모두 통과해도 투심위에서 사업단장의 의견으로 정부 지원 대상에 선정되지 못할 수 있다. 투심위가 평가의 '옥상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이뤄지는 평가를 아무리 잘 봐도 투심위에서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 일종의 이중적 평가 구조"라며 "사업단장이나 특정 위원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돼 R&D 예산 집행이 이뤄질 수도 있어 평가 절차와 선정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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