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도 '드레스 코드'가 있나요?[궁즉답]
복장 자율화 선언 후 반발…만장일치로 규정 마련
국회, '품위 유지' 규정 있지만 구체적 지침 없어
'백바지·추리닝' 등 논란 꾸준…"고정관념"vs"예의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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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미국 의회에서 의원들이 후드티나 반바지 등 편한 차림으로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됐는데요. 우리나라 국회에도 이 같은 ‘드레스 코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비록 우리는 공식적인 복장 규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지난주 일어난 일들을 통해 우리는 모두 규정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원내대표, 9월27일)
美 의회, 복장 자율화 선언 논란 후 ‘드레스 코드’ 마련
1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조 맨친 민주당 의원과 밋 롬니 공화당 의원이 제안한 ‘복장 규정 관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 상원에서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언한 ‘복장 자율화’를 약 열흘 만에 철회하고, 새롭게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를 명시한 것이죠.
통과된 결의안은 남성의 경우 의사당 내 상원 공간에서 최소한 정장 상의(재킷·코트)와 넥타이, 긴 바지 등 비즈니스 정장을 입도록 규정했습니다. 다만 여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담지 않았습니다.
이번 미국 상원의 드레스 코드 논란은 존 페터만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불거졌습니다. 평소 그는 후드티와 반바지 등 파격적인 캐주얼 차림을 즐기며 상원 회의장에 등장하거나 언론 브리핑도 진행해 왔습니다. 이전까지 미국 의회에 별도로 명시되지 않고 불문율로만 존재하던 복장 규정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죠.
우리 국회에도 복장과 관련한 논란은 종종 벌어졌습니다. 국회법에는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관련 포괄적 규정 외에 별도 구체적 명시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제21대 국회 주요 원내 정당들도 당헌·당규에 공통적으로 추상적인 ‘품위 유지’ 조항만 두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최초 복장 논란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제16대 국회 당시 유시민 옛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재보궐선거를 통한 등원 첫날 ‘백바지’를 입고 나타난 사례가 꼽힙니다.
유 전 의원은 노타이 재킷에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랐다가,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으로부터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당장 밖으로 나가라”는 등 뭇매를 맞았습니다.
결국 유 전 의원은 다음 날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 의원선서를 하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됐습니다. 이후 유 전 의원은 “다른 걸로 해도 되는데 괜히 입었다” “제가 지금 보면 미쳤다” 등 후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2004년 제17대 국회에 입성한 강기갑 옛 민주노동당 의원은 긴 수염에 두루마기와 고무신 차림을 고집했고, 2012년 김재연 통합진보당(현 진보당) 의원은 제19대 국회 개원 첫날에 보라색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차림으로 등원해 성희롱성 발언과 함께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제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020년 8월 국회 본회의에 노란 마스크와 분홍색 도트 무늬 원피스를 착용하고 참석하면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류 의원은 이후에도 영화 속 등장인물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추리닝(트레이닝복), 타투(헤나)가 그려진 등이 노출된 보라색 백리스 드레스, 점프수트(상의와 바지가 하나로 붙어 있는 형태의 옷), 멜빵바지, 청바지, 반바지 등 다양하고 과감한 복장 차림으로 의정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정치인들의 드레스 코드 논란. 고정관념과 예의범절 사이 갑론을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복장 규정을 하기에도 실정에 맞지 않아 보입니다. 여성 정치인과 공직자의 ‘바지 정장’이 과거에는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세월이 더 지난 후에 복장 논란이 사그라들지 계속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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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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