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하며 싱그러운 맛…포트우드 21년산 가장 좋아해"
17세에 위스키 업체 취직해
샘플룸에서 감별 재능 발견
29세에 마스터, 60년 최장수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더블우드 시장에 내놨을때
발베니에 대한 경험과 지식
여러 나라에 나누는게 목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몰트 마스터.' '영국 왕실이 인정한 장인.'
제5대 발베니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78)에 대한 찬사다. 위스키 업계에 그가 끼친 영향은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풍미를 다채롭게 하기 위해 한 캐스크(위스키를 담은 나무통)에서 숙성을 마친 원액을 병입 전 다른 캐스크에 옮겨 담아 추가 숙성시키는 '캐스크 피니싱' 방식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제는 위스키 업계에서 이 방식을 두루 사용하고 있다.
위스키를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린 그의 천재성과 업계 최장 기간인 몰트 마스터 경력은 그를 최고 장인 반열에 올려놨다. 2016년 영국 왕실로부터 업계 최고 장인에게 수여되는 MBE 훈장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이런 발베니에서의 60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위스키 역사를 모두 쏟아부은 '발베니 60년'을 내놨다. 그가 입사한 1962년부터 숙성된 싱글 캐스크를 병입한 작품이다. 숙성 과정 중 매년 소량이 증발되는 위스키 특성상 60년이나 캐스크에 있었다면 절반도 남지 않았을 터. 결국 전 세계에 71병만 그 모습을 드러냈고, 국내에는 단 2병만 배정됐다. 3억300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은 그가 얼마나 업계에서 위대한 존재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다음은 '발베니 60년'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그와의 일문일답.
―다시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2017년 한국에 왔었는데 스코틀랜드랑 다르게 날씨가 좋다. 발베니 헤리티지 전시장을 둘러보니 지난 60년을 돌이켜보게 돼 좋았다.
―몰트 마스터 역할은.
▷위스키의 전체적인 기획, 설계, 개발뿐만 아니라 오크통 선정, 숙성 방법, 최종적인 위스키의 향과 맛, 품질까지도 관리한다. 일관성 있는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밀한 감각으로 시향을 해야 비로소 위스키가 완성된다.
―마스터 당시 하루 일과는.
▷평균적으로 하루 약 30개 샘플을 테스트하며, 위스키 노트와 일관된 캐릭터를 균형 있게 조합한다. 캐스크 안 위스키를 12년 후에 병입할지, 캐스크 피니싱을 거칠 것인지, 21년이나 30년 넘도록 숙성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17세에 위스키를 택한 이유는.
▷1962년 학교를 졸업하니 어머니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당시 은행이나 보험회사에 갈 수 있었는데 윌리엄그랜트&선즈(발베니 제조사)에서 위스키 재고 관리자를 뽑고 있었다. 위스키 세계가 흥미로워 보였다.
―입사 후 회사에서 한 일은.
▷처음 한 일은 회계장부를 쓰고 송장 처리와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당시 몰트 마스트였던 해미시 로버트슨을 따라 여러 위스키를 시향하는 기회를 얻었다(스튜어트는 12년간 견습시절을 겪었다).
―마스터는 어떤 훈련을 받나.
▷운 좋게 마스터가 훈련을 해야 한다면서 샘플룸에서 실험을 많이 하게 했다. 샘플룸은 오크통에서 가져온 샘플을 놓고 시향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재능을 발견했다. 우리 회사에 글렌피딕 등 다양한 증류소가 있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위스키는 와인과 달리 맛을 보는 게 아니라 향을 통해 파악한다.
―29세에 마스터가 된 소감은.
▷1974년 제5대 마스터가 되고 큰 책임을 느꼈다. 특히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담당하는 것이 힘들었다. 창업주인 그랜트 가족이 많은 조언을 해줬으며, 생산 책임자인 앨러스터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캐스크 피니싱 성공을 확신했나.
▷아메리칸 오크에 있던 위스키를 스페인산 캐스크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 처음 실험했다. 이 호기심이 결국 1993년 발베니 더블우드 12년 출시로 이어졌다. 조금 혁신적으로 나가야 했지만 이것이 잘될지를 전혀 몰랐다.
―발베니 더블우드는 어떤 의미인가.
▷더블우드를 출시할 때 이 제품이 발베니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매우 잘 팔려서 사랑스러운 위스키다.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을 받으면 더블우드를 출시했을 때라고 답한다.
―발베니 위스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포트우드 21년을 좋아한다. 러블리하다. 따듯하면서도 싱그러운 맛이 있고 밸런스가 좋다. 매일 그냥 마시는 위스키보다는 저녁식사 이후 한잔, 치즈 코스 요리, 디저트와 어울리는 위스키다(많은 사람이 스튜어트 전 마스터가 만든 최고의 창작물이라고 말한다).
―위스키 외에 무슨 술을 좋아하는지.
▷와인, 맥주 등을 다양하게 마시고 기네스 맥주를 즐긴다. 주말에 축구 경기를 보거나 할 때 술을 마시는데, 취할 때까지 마시지는 않는다.
―마스터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는지.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험을 했을 때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힘든 적은 있었지만 스코틀랜드를 통틀어 내 직업이 특별하다고 여기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회사는 가족 경영 회사인데 오너가가 잘 보살펴 주고 가족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발베니 명예 앰배서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양한 나라에 가서 발베니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눌 계획이다.
[안병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3년치 일감 쌓였다”…연일 특근에도 행복한 비명 지르는 이 업종 - 매일경제
- “어떻게 모은 노후자금인데”…5000만원까지 예금보호 해준다 - 매일경제
- “벤츠보다 4000만원 싸네”…‘450만원↑’ 제네시스 GV80, 6930만원 - 매일경제
- 2만원짜리 시계차고 다닌 ‘면세점 대부’…10조 기부하고 떠났다 - 매일경제
- 이스라엘, 전세계서 예비군 36만명 총동원령…50년만에 최대 규모 - 매일경제
- 김행을 어이할꼬…尹, 신원식·유인촌 먼저 임명장 - 매일경제
- 수원 ‘전세사기’ 일파만파…피해금액 이 정도일 줄이야 - 매일경제
- 한동훈 장관이 속도낸다...‘한국형 제시카법’ 뭐길래 - 매일경제
- 1년 만에 ‘5대1’이 ‘10대1’ 됐다…국민평형도 제낀 이 아파트 - 매일경제
- 남자배구 항저우 참사, 신영석 작심 발언 “예고된 참사, 5년 전도 늦었다 말했는데…‘한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