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뇌물수수' 이정근, 항소심서 감형…"일부 무죄"(종합)

박현준 기자 2023. 10. 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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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로 10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
혐의 부인하다 일부 공소사실 인정 선회
1심, 檢 구형보다 높은 4년6개월 선고
2심, 일부 알선수재 혐의 무죄로 4년2월
"수사과정서 증거 인멸 시도…성찰 없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각종 청탁 빌미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항소심에서도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며 형량은 다소 줄었다. 사진은 이 전 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2022.09.3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각종 청탁 빌미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항소심에서도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며 형량은 다소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박원철·이의영·원종찬)는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징역 4년2개월을 선고했다. 또 8억9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 전 부총장은 1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은 바 있다. 2심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형량을 높여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하는 한편,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위공직자 알선 대가로 약 10억원에 못 미치는 금품을 수수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항소심에서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등 진지한 성찰도 없고, 범행 횟수와 액수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면서 공무원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등 사회 일반의 신뢰를 저해했다"며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다만 "비자발적으로나마 교부받은 금품 중 일부를 공여자에게 반환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일부 공소사실은 무죄가 돼 수수액이 줄어든 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박씨로부터 3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총 10억원대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봤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09.30. chocrystal@newsis.com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오던 이 전 부총장 측은 재판 과정을 거치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등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박씨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며 금품 수수 규모는 수천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3억8000만원의 추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심은 검찰의 구형보다 더 높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9억8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1심은 "현금 출처, 피고인의 금품 요구와 알선 요청 및 금품 공여 과정, 수수 전후 정황 등에 대한 박씨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일치한다면서도 피고인의 주장은 증거와 배치되는 면이 많다"며 이 전 부총장 측의 신빙성 결여를 지적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무죄로 판결된 혐의를 전부 유죄로 선고해 달라면서도 "원심 구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형 의견은 사실상 이 전 부총장의 감형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른바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검찰이 구형량을 일부러 낮춰준 '플리바게닝(형량 거래)' 아니냔 것이다.

검찰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1심 선고 직후 "검찰 법리와 다르다"며 "항소는 양형을 다투는 의미는 아니며 항소심에서도 구형량은 1심과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3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 운동원 등에게 법정 기준 이상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여기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수백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이날 오전 진행된 별건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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