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밸런스에 압도적인 향 … 서클링 100점 과장 아니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부르고뉴처럼 섬세한 맛 구현
타닌·산도 조화롭게 살아있어
잔 가까이만 가도 진한 아로마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S)이 100점을 준 와인의 맛이 궁금한가요?
평론가의 입맛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JS 100점 와인'의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미국 내파밸리 와인 '할란(Harlan) 이스테이트 2019년 빈티지'에서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와인의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할란 2019는 제임스 서클링뿐 아니라 로버트 파커도 100점 만점을 준 와인입니다.
할란 2019는 영 빈티지지만 지금 마시기에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합니다. 심지어 와인이 지금보다 더 맛있어지는 게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이 들 정도입니다.
'할란'처럼 보르도 블렌딩으로 만든 와인은 빈티지(포도 수확 연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보르도 블렌딩이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중심으로 만든 와인을 의미하는데 생산된 지 몇 년 안되는 '영 빈티지' 와인들은 덜 익은 감에서 나는 떫은 '타닌'이나 시큼한 '산도'가 유난히 튈 수 있습니다. 타닌과 산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숙성잠재력이 높은 고급 와인일수록 오랜 기간 병 숙성을 통해 맛이 절정에 오른 '올드 빈티지' 와인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러나 할란 2019는 지금 마시기에도 너무 좋은 와인입니다.
두 번째 놀라움은 할란 2019가 부르고뉴 피노 누아만큼이나 우아하고 섬세하다는 점입니다. 보르도 블렌딩 와인들은 부르고뉴 와인에 비해 강인하고 묵직한 맛을 특징으로 합니다.
할란 2019는 당도, 산도, 타닌, 알코올 등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가 튀지 않고 골고루 조화롭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타닌과 산미가 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음미하면서 마셔보니 제법 타닌과 산미도 살아 있습니다. 그만큼 밸런스와 구조감이 좋다는 뜻입니다. 와인에 녹아 있는 충분한 타닌과 산미는 와인의 '기초체력'이 튼튼함을 보여주고 있어 시음 적합 시기(tasting window)도 제법 길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할란이라도 2019 빈티지는 2018 빈티지와 성격이 다릅니다. 할란이 포도품종의 배합 비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2019 빈티지가 고급스러운 보르도 좌안(Left Bank) 와인이라면 2018 빈티지는 잘 만든 보르도 우안(Right Bank)의 느낌이 납니다. 2019 빈티지가 조금 더 카베르네 소비뇽, 2018 빈티지가 조금 더 메를로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할란 2019는 '향'도 압도적입니다. 보통 와인의 향은 와인 잔에 코를 처박거나 잔을 세차게 흔드는 스월링을 통해 와인에 녹아 있는 향을 끌어냅니다. 할란 2019는 잔 가까이에만 코를 가져가 대어도 우아한 아로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할란이 '컬트 와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컬트 와인은 소량생산과 함께 독특한 개성으로 광적인 '팬심'을 자극할 때 좀 더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에르메스 버킨 핸드백을 '컬트 백'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년 빈티지는 와인 전문가도 좋아할 맛이고, 와인 초보자도 좋아할 맛입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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