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는 식상해”… 퍼즈업·세븐나이츠 흥행으로 주목받는 캐주얼 게임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컴투스 ‘미니게임 천국’ 인기
유저들 엔데믹 이후 ‘짧은 시간, 강한 자극’ 원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주류였던 국내 게임 시장에 퍼즐이나 방치형, 수집형, 슈팅 같은 캐주얼 장르 신작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저 입장에선 부담 없이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임사들이 다양한 이용자층을 신규로 흡수하면서 실적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 1~8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역할수행게임(RPG)의 매출 비중은 57.5%에 달한다. RPG는 유저가 게임 속 하나의 캐릭터를 맡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모바일 RPG 중에서도 ‘리니지M’ ‘나이트 크로우’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과 같은 MMORPG의 매출 비중은 69.5%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스쿼드 RPG와 방치형 RPG 비중이 높아졌다. 스쿼드 RPG는 다수의 캐릭터로 팀을 구성해 턴제 전투를 벌이는 장르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대표적이다. 방치형 RPG는 복잡한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형태다. 스쿼드 RPG는 2019년 12.7%에서 올해 17.7%로 점유율이 증가했고, 방치형 RPG는 2019년 1.7%에서 올해 4.4%까지 점유율이 늘어났다. MMORPG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다른 장르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26일 글로벌 출시한 ‘퍼즈업 아미토이’는 지난 6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 1위, 8일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현재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2위, 앱스토어 3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퍼즈업 아미토이는 방향키로 떨어지는 블록의 움직임을 조정하거나, 클랜 기능을 활용해 전 세계 이용자들과 협력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퍼즐 게임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평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4.2점, 애플 앱스토어에서 4.9점으로 높은 편이다. 리뷰를 보면 “익숙한 형태인데 방향을 바꾼다는 설정이 새롭다” “퍼즐 게임인데 머리를 써야 해서 깨는 맛이 확실하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몰입감과 성취감이 높다”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캐주얼 게임 신작을 출시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인데, 최근 장르 다변화를 꾀하면서 MMORPG 대신 캐주얼 게임에도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출시된 넷마블의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도 인기몰이 중이다. 11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위,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출시 한 달이 지나도록 꾸준히 상위권에 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2014년 출시돼 글로벌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넷마블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저용량, 저사양, 쉬운 게임성을 전면에 내세워 귀여운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도록 했다. 스마트폰 사양이 오래됐더라도 게임의 용량이 적어 게임할 때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컴투스도 지난 7월 ‘미니게임천국’을 재출시했다.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의 감성을 담고 있어 출시 일주일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했다. 모바일게임은 아니지만 크래프톤이 지난 8월 출시한 슈팅게임 ‘킬 더 크로우즈’도 적은 예산을 들인 캐주얼 게임인데, 최근 글로벌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96%의 긍정 평가를 받아 스팀 최고 평가 등급인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았다.
이들 게임의 성공이 특별한 이유는 MMORPG가 여전히 국내 게임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게임 이용시간이 줄어들었고, 유저들의 취향이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게 된 점도 영향을 마쳤다. 한정된 시간 내에 강한 자극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탕탕특공대, 픽셀히어로 등 해외 캐주얼 게임들도 인기를 끄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이 내놓은 캐주얼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중소 게임사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게임 업체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갖추면 수익성 방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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