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생님들은 보직교사를 기피할까…"수당 현실화 필요"[초점]

박종대 기자 2023. 10. 11.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직수당 월 7만원, 2003년부터 21년째 동결
행정업무·수업시수 경감 위한 대책 마련 요구
[그래픽]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매년 학기 말이 다가오면 각급학교마다 학교관리자들이 보직교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부모 민원이 많고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일수록 교사들이 보직교사를 맡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그럴수록 학교관리자들은 속을 태우기 마련이다.

왜 선생님들은 보직교사를 꺼리는 것일까.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선생님들은 왜 보직교사를 기피하는가'에서 그 이유로 담당 업무에 대한 부담과 직무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도교육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위해 경기도 초등학교 교사 4000명과 중등학교 교사 3280명(중학교 1846명·고등학교 1434명) 등 총 72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초·중학교 교사들은 보직교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관리자와 교사 모두 보직교사가 담당 부서의 업무 추진과 학교관리자와 교사와의 의견 조율 및 소통창구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보직교사를 선호하는 경향은 저조했다. 다만 승진가산점이 부여되는 지역에서는 초등의 경우 보직교사를 선호했다. 초등은 연천·포천·안성·파주 등에서 승진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중등에서는 승진가산점 부여지역과 미부여 지역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았다. 도교육연구원은 중등이 초등보다 승진을 위한 지역 이동이 크지 않고, 보직교사 임용이나 희망여부가 승진과 밀접한 관계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중등학교에서 가장 기피하는 보직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안전부장이었다. 중등교원 응답자 가운데 52%, 초등교원 응답자 가운데 38.9%가 이를 가장 기피하는 보직으로 꼽았다. 소위 '수석부장'으로 불리는 교무기획부장도 그 뒤를 이었다.

두 보직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교내에서 가장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모두 각종 민원 응대와 업무 처리절차가 많다는 점이다.

이 중 교내에서 선임 부장격인 교무기획부장을 기피하는 데는 과거 교사 승진코스로 불렸지만, 예전만큼 승진에 목을 매지 않는 달라진 교직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사들은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담당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과 직무 스트레스를 뽑았다. 특히 보직교사는 행정업무와 교육활동을 동시에 맡고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을 준비하는 데도 지장을 겪는다. 이는 보직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율이 높은 초등학교에서 더 크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보고서에 인용된 현직교사의 인터뷰도 이를 반증한다. A교사는 "지금 선생님들은 MZ세대들로,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분위기"라며 "그런 상황에서 보직교사가 일반 교사보다 일이 정말 많기도 하고, 폐쇄적인 학교문화를 가진 학교에 근무라도 하면 누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B교사는 "과중한 업무 때문에 보직교사를 피하게 되는 것 같다"며 "학급 운영이나 업무 처리만으로도 힘든데 보직교사 역할까지 해내려면 힘든 게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보직교사 기피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가적 차원의 수당 인상과 현실화를 제시했다. 또 보직교사의 실질적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행정업무와 수업시수 경감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교사 담임수당은 월 13만원으로, 2016년 11만원에서 인상된 지 8년째 동결됐다. 보직수당은 월 7만원으로 2003년부터 21년째 동결이다.

이처럼 교원들의 보직교사 기피현상이 높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보직교사 수당 인상계획을 언급해 향후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각급학교 교사 20명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서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데 선생님들이 사기를 더 진작할 수 있도록 교사 담임 수당 50%, 보직교사 수당을 2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직교사에 대한 수당 현실화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보직교사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박찬선 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보직교사에 대한 수당 현실화를 약속했지만 우선 왜 교사들이 보직교사를 기피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한 뒤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러한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채 단순히 수당만 올린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