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8) 스페인의 개천절
2023. 10.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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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국경절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1492년이 스페인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이후 스페인은 차례차례 중남미의 식민지를 넓혔고, 여기서 나오는 막대한 금은보화는 스페인이 태평성대(Siglo de Oro, 시글로 데 오로, 황금세기라고 한다)를 누리는 밑천이 되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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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지난 3일 우리나라 개천절이었다. 단군이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날로써 ‘하늘이 열린 날’이다. 10월 12일은 스페인의 개천절이라고 할 수 있는 국경절 (Día de la Fiesta Nacional)이다. 마드리드 콜론 광장에서 국왕이 주재하여 성대히 이날을 축하한다. 스페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파세오 데 라 카스테야나 거리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에어쇼도 한다. 우리의 국군의 날 행사처럼 말이다. 국경절은 1492년 10월 12일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오늘날의 바하마 군도에 상륙한 날을 기념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함께 근대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다.
국경절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1492년이 스페인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던 이사벨 여왕이 1474년 즉위하였고, 부군이던 페르난도가 1479년 아라곤 왕국의 왕위를 계승하면서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이 합쳐졌다. 오늘날 스페인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1492년 이사벨 여왕은 강력한 지도력으로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770년간 지속되었던 국토수복전쟁 (레콩키스타, Reconquista)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무렵은 이사벨 여왕이 보냈던 콜럼버스 원정대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스페인은 차례차례 중남미의 식민지를 넓혔고, 여기서 나오는 막대한 금은보화는 스페인이 태평성대(Siglo de Oro, 시글로 데 오로, 황금세기라고 한다)를 누리는 밑천이 되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중남미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통일국가를 만든 스페인 신화의 이면에는 다른 이들의 아픔도 존재한다. 가톨릭 왕국의 자신감은 ’알함브라 칙령’을 낳는다.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는 유대인을 추방하라는 명령에 따라 이베리아반도에 사는 유대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중해 연안으로 흩어졌다. 더구나, 스페인의 황금세기는 중남미의 불행을 낳았다. 식민지배로 잉카문명, 마야문명, 아즈텍문명이라는 원주민들의 위대한 문화는 소멸하였고, 그들의 고유 언어도 사라졌다.
역사는 진보한다. 오늘날에는 식민지배자였던 스페인과 피지배자였던 중남미 대륙은 서로 크게 경원시하지 않는다. 스페인이 주축이 되어 거의 모든 중남미 국가가 가입하여 1991년에는 이베로아메리카 공동체를 출범하였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문화·언어적 일체성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의 협력을 도모한다. 역사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셈이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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