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디지털 성범죄 때려 부수는 복수극"

이영재 2023. 10. 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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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보다는 액션으로 밀고 나가…후련함 느끼길"
주연 전종서엔 "항상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
이충현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디지털 성범죄나 여성에 대한 성 착취를 통쾌하게 때려 부수는 느낌의 복수극을 많이 보진 못 한 것 같아요. 그런 게 영화로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충현 감독은 자신의 신작 '발레리나'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6일 공개된 이 영화는 온라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무자비한 복수극을 그린 액션물이다.

이 감독은 "지금의 시점에서 여러 의미를 가지는 복수극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어느 정도 후련함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는 성 착취 범죄 자체를 조명하기보다는 그것을 응징하는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역동적인 액션이 이어지고, 화려한 미장센과 배경음악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가수 겸 프로듀서 그레이(GRAY)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영상과 음악의 완성도가 높은 데 비해 서사는 빈약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설명보다는 직진하듯 뻗어나가 때려 부수는 데 집중하긴 했다"며 "이야기에 대해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이쪽(액션)으로 밀고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건 주인공인 옥주(전종서 분)다. 경호원 출신인 그는 성 착취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발레리나 친구 민희(박유림)의 유언에 따라 잔혹한 복수극을 벌인다.

이 감독은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는 전종서라는 배우 말고는 없었다"며 "전종서 배우의 실제 성격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폭풍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영화 '발레리나'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종서는 첫 장면부터 남자 여러 명을 순식간에 때려눕히는 액션을 선보인다.

이 감독은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산 같은 걸 하지 않고 당장 판을 엎어버리는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발레리나'에서 민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빌런은 최프로(김지훈)지만, 옥주는 최프로가 속한 조직 전체를 파괴한다. 이 감독은 이를 "마초적이라고 생각되는 남성 집단"으로 지칭하면서 "하나의 집단이 빌런으로 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작품은 '발레리나'뿐 아니라 '몸값'(2015), '콜'(2020) 등에서 보듯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감독은 "고교 때도 단편영화 같은 걸 만들면 남성보다는 여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다"며 "여동생이 둘이란 점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앞으로도 여성 서사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리나'는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62개국에서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부문에선 3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해외에서도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단편영화 '몸값'으로 충무로의 유망주로 떠오른 감독으로,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주요 작품을 공개해왔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으로 영화를 보여주면 많은 해외 팬들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극장 개봉 영화도 언젠가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21년 말부터 전종서와 공개 연애 중이다. 그는 전종서에 대해 "순수하면서도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불같은 사람으로, 정말 매력적인 배우이자 여자친구"라며 웃었다.

또 "항상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라며 "다음에도 작업을 함께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발레리나'를 촬영할 때도 전종서와는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며 "말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걸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알았다"고 회고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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