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회의를 했다고?…충북도, 재난 후속 대응도 엉망
[청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부실한 재난 대응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단초를 제공했던 충북도가 참사 이후 수습과 진상조사 과정 곳곳에서 행정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행정안전위원회 일반증인으로 채택돼 회의장에 출석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자신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사전 답변자료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도는 행안위에 제출한 공통 답변서에서 김 지사가 참사 전날(7월14일) 서울에서 돌아와 오후 11시께 재난대응 영상회의를 주재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임호선(증평진천음성) 의원은 "과기부에 확인해 보니 (충북도가)국가지도통신망을 이용한 기록이 없고, 시·군에도 그날 회의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다"면서 이를 허위보고로 규정했다. 그는 "14일 회의 결과 문서를 18일에야 등록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영상 회의를 한 것이 아니고, (답변자료에)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으나 임 의원은 "허위 문서 제출이 착오인가"라며 더 몰아붙였다.
행안위 김교홍 위원장도 "자료 제출에 문제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힐난했고, 기본소득당 용혜인(비례) 의원은 "녹취 등 자료가 있다고 하니 추가 검증하자"고 함께 날을 세웠다.
도는 행안위에 제출한 공통 답변자료에 참사 전날 오후 11시께 김 지사 주재 도·시·군 재난대응 영상회의를 한 것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는 행안위 일반증인 출석 하루가 지난 이날까지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지사 스스로도 영상회의는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서면 답변 자료에 왜 영상회의라고 기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도의 참사 전날 재난대응 영상회의 개최 여부는 당시 도의 재난대응 태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다.
특히 김 지사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인지한 시각도 논란이 됐다. 그는 7월15일 오전 월류에 이어 붕괴 우려가 있었던 괴산댐을 점검하고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차도 사고를 보고받았다.
김 지사는 "오후 12시44분에 7명 실종 보고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갔다"고 설명했으나 용 의원은 "(충북도의 답변자료에는)오전 10시, 10시12분, 10시36분에 사망과 실종자 발생을 (김 지사에게)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며 "수행비서가 답변서를 허위 작성한 것이냐"고 따졌다.
특히 용 의원이 "(당일)점심식사 업무추진비 결제 시각이 오후 1시8분"이라며 더 몰아붙이자 김 지사는 "다수 실종자 발생을 보고 받고도 점심을 먹으면서 현장에 가지 않는 지사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참사 전날 극한 호우 상황에서 서울 만찬에 참석하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발생 이후 괴산으로 향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어렵게 마련한 전문가들과의 자리였고, 괴산댐 월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김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도는 오전 8시40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이후 김 지사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낮 12시44분까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셈이다. 재난상황 사전 대응은 물론 후속 대응까지 엉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는 청 내 최고위직으로 분류되는 2급 재난안전실을 운영했으나 올해 들어 3급 재난안전실장을 배치했다. 오송 참사 이후 2급 재난안전실장을 지낸 뒤 공로 연수에 들어갔던 A씨를 재난안전특별보좌관으로 다시 불러들이기는 했으나 재난관리 행정 파행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다음날인 지난 7월16일 현장에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안내하던 도 소속 간부 공무원이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7월15일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같은 날 오전 8시45분께 무너지면서 쏟아져 나온 미호강 강물은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436m 궁평2 지하차도를 집어삼켰다.
이 사고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운전자 등 14명이 숨졌다. 관계 기관을 감찰한 국무조정실은 도와 청주시 등 5개 기관의 공무원 34명을 직무유기 등 범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3명은 징계 등 인사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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