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상저하고, 수출 1년 연속 줄었는데 8월 경상수지 48억달러 흑자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 지속
한은 "10월 이후 수출 플러스 전환"
경상수지 연간 270억달러 흑자 전망 유지
"반도체 업황 개선된 영향 아냐" 전문가 지적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7월과 비교해 흑자폭이 10억7000만달러 확대된 것으로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다. 경상수지는 우리나라가 외국과 재화·서비스를 사고 판 국제 거래를 바탕으로 한 '국제 교역 성적표'다.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펀더멘털 지표'로 꼽힌다.
상품 수출입 성적표인 상품수지는 50억6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3월(55억7000만달러 흑자) 이후 1년 5개월래 흑자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불황형'이 여전했다.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해 6.5%(37억1000만달러) 줄어들 때 수입이 21%(129억1000만달러) 감소해 흑자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수출은 승용차가 호조를 보였지만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이 부진했다. 전년동월대비 12개월 연속 감소해 수출 경기 부진이 이어졌다. 수입은 원자재·자본재·소비재 수입이 모두 줄어들면서 전년동월대비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 적자로 직전달(-25억30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가 11억4000만달러로 한달새 적자폭이 2억9000만달러 줄어든 영향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8월 해외출국자수가 7월 대비 감소하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여행객이 많이 들어왔다"며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증가하면서 소폭 흑자 전환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해온 본원소득수지는 기업의 분기 배당지급 영향으로 반토막 났다. 7월 29억2000만달러 흑자였던 본원소득수지는 8월 14억7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배당수입이 감소한 반면 기업의 분기 배당지급으로 배당지급액이 한달새 13억8000만달러 늘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 업종과 금융지주의 배당지급이 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에서는 4·4분기 이후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고 봤다.
이 부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져서 경상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수출이 4·4분기 전년동월대비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다"라며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업체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 장비 공급이 허용돼서 반도체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입도 늘지만 수출 또한 늘면서 전체적인 흐름은 기존 전망에서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대미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 또한 한은이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는 이유다. 지난 9월 기준 대중국 수출 비중은 19.7%, 대미 수출 비중은 18.0% 수준으로 한국은행은 대미 수출이 부진한 대중 수출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간 경상수지 270억달러 흑자 전망도 유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109억8000만달러 흑자로 월 평균 40억달러 흑자를 내야 연간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9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모두 개선돼 경상수지 흑자폭이 8월에 비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전망치를 달성할 수는 있지만 '불황형 흑자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4·4분기 수출이 플러스 전환하는 건 지난해 같은분기 수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며 "270억달러 흑자를 달성할 수 있지만 반도체 업황이나 수출 경기가 개선됐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원 이사는 법인세 개정으로 올해 들어 급증한 배당소득 또한 경기 부진 영향으로 내년에는 증가폭이 둔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8월 직접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증권투자는 감소하면서 금융계정이 3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며 17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증권투자는 7월 43억달러에서 8월 40억7000만달러로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축소되고,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외국인이 국내주식투자를 줄인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주식·채권투자는 전달대비 각각 6억5000만달러, 3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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