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교사 문경민 "선생님들께 지지받는 소설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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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둔 국어교사 윤옥을 둘러싼 한 가족의 불우한 서사와 노동 운동의 역사, 교육 현장의 문제들을 다룬 장편소설 '지켜야 할 세계'(다산책방)를 쓴 이는 22년차 현직 초등교사 문경민(47) 작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선생님' 외에 '작가님'이라는 호칭도 어느새 익숙해진 등단 7년차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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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세계를 불굴의 의지로 지켜간 사람의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정년을 앞둔 국어교사 윤옥을 둘러싼 한 가족의 불우한 서사와 노동 운동의 역사, 교육 현장의 문제들을 다룬 장편소설 '지켜야 할 세계'(다산책방)를 쓴 이는 22년차 현직 초등교사 문경민(47) 작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선생님' 외에 '작가님'이라는 호칭도 어느새 익숙해진 등단 7년차 소설가다.
죽는 날까지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한 국어 교사의 삶을 다룬 문 작가의 '지켜야 할 세계'는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정년을 불과 2년 앞둔 여성 교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윤옥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해에 교실에 자기 책상을 두고 교무실이 아닌 교실로 출근한다.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신고와 고소를 하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수행평가 문제로 학생과 다투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로 살다가 1년 뒤 숨을 거둔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만난 작가는 주인공 윤옥에 대해 "야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했다.
"윤옥은 현실의 문제들 앞에서 수세에 몰리지 않고 돌파하는 사람이에요. 죽음이 다가오기까지 최선을 다했던 국어 교사이자 여성이고 인간이었죠. 이 소설은 자신의 세계를 불굴의 의지로 지켜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야성, 달리 말해 강단 있는 삶의 태도를 갖춘 건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 때문일 겁니다."
윤옥은 부당한 관행에 저항하고 학생을 지키려다 학교에서 파면당하고, 대학 동창과 함께 야학을 운영하며 교원노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한 교육을 해보려 하지만 그조차 세상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이 책을 손에 잡은 독자들은 주인공의 불의의 죽음을 소설 첫 부분에서 알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읽게 된다. 그러고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가 왜 그리 헌신적인 삶을 살게 됐는지를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자신과 세상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주인공의 생을 더듬으며 독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바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일 것이다. 그만큼 정윤옥이라는 인물이 주는 울림은 묵직하다는 얘기다. 미국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윤옥의 고결하고도 존엄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본격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교권 침해에 관한 내용도 등장한다.
최근 교육현장에 잇따라 일어난 일들로 인해 현직 교사인 작가에게 관련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 9월 2일엔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집회에서 추모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돈을 숭배하고 자기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늘면서 우리 안의 야만성을 상대에게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이 본질을 회복해야 해요. 교사는 학생 지도를, 학부모는 가정에서 아이를 잘 기르고 가르치는 일을 잘해야겠지요."
교사와 소설가의 일, 자녀들을 보살피는 일을 병행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 작가는 "내게 소설 쓰기는 일상"이라고 했다.
"나이 마흔에 등단한 이후에는 퇴근 후 집안일을 마치고는 늘 소설을 썼어요. 코로나19 이후에 집 근처 카페들이 일찍 문을 닫아서 지금은 아파트 단지 앞 작은 도서관 사서를 하며 글을 씁니다. 주말과 휴일엔 몰아서 소설 쓰느라 오히려 건강을 망치기도 하지요."
작가는 이 작품이 "무엇보다 당사자인 선생님들께 지지받는 소설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합니다. 이 세계를 잘 아는 소설가로서 언젠가 한 번은 써야 할 소설이었어요. 출간된 책의 실물을 만져보며 제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에 분명히 가닿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요."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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