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집 재산 수백억...할아버지 횡령한듯” 중국 反부패 선봉장은 ‘관얼다이’?
은퇴한 70대 중국 고위 간부의 손녀가 소셜미디어에 수백억원대 재산을 과시했다가 할아버지의 부정 축재가 들통났다. 11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사정당국은 전날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관리분국장을 지낸 중겅츠(75)의 당적을 박탈하고, 불법 소득을 몰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손녀가 지난 3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베이지녠위(북극 메기)’라는 필명을 쓰는 여성은 웨이보에 “우리집 재산은 아홉 자릿수(수억 위안)”라고 자랑했다. 1억위안은 약 185억원으로, 집안의 재산이 수백억원대라고 자랑한 것이다. 할아버지인 중겅츠의 젊은 시절 사진을 올린 뒤 장난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가) 횡령[貪]한 것 같다”고도 했다. 또 가족 7명이 호주로 이민 간 사실을 밝히며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수많은 중국인들이 제공한 것”이라며 “이러니 내가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베이지녠위의 할아버지인 중겅츠는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오해를 사게 됐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진상 조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중겅츠는 퇴직한 지 16년 만에 명예와 돈을 모두 잃게 됐다. 10일 웨이보에서는 ‘베이지녠위 할아버지’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베이지녠위 사건은 부패한 자는 은퇴해도 편하게 잠들 수 없고, 언젠가 꼬리가 밟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중국에서 베이지녠위 같은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료 후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재력을 과시했다가 네티즌들의 신고로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처벌 받는 사례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반(反)부패 운동 선봉장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 관얼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 당국은 최고 지도부에 속하지 않는 고위급의 부패나 추문은 감추지 않고 ‘공개 처벌’하여 민심을 얻는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2020년에는 중국의 신진 예술가 퉁줘가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에서 7년 전 그의 아버지가 인맥을 동원해 대학 진학을 도왔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 발언으로 그의 대입 시험 성적은 취소됐고, 당시 산시성 린펀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비서장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낙마했다. 같은 해 2월에는 ‘Euamoter(필명)’가 웨이보에 자신의 아버지가 코로나 봉쇄 조치를 뚫고 다른 도시에 데려다 줬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그의 아버지인 후베이성 징저우시 간부 허옌팡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국 장시성의 국영기업 직원 저우제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500g에 20만위안(약 3700만원)짜리 ‘백호은침(백차의 일종)’을 마신다고 자랑하면서 회사 측 조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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