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시민 다수, 재원대책 없는 신청사 원치 않아”
10명 중 6명 "예정지 주변 유휴부지 매각해 재원 마련 바람직"
조사방식, 조사문항 등 반대 측 의견 반영 없어 설득력 떨어져
[대구=뉴시스] 정창오 기자 = 대구시 신청사 건립 재원 조달에 대해 대구시민의 절반이 넘는 60.5%가 ‘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부지를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건립 시기에 대해서는 80.7%가 ‘대구시 재정이 호전될 때까지 보류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구시는 추석 연휴 직후 신청사 건립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파악해 정책 추진의 방향에 반영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하여 여론조사를 했다고 11일 밝혔다.
신청사 건립에 대한 인지도에서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16.2%, 다소 알고 있다 37.9%, 잘 모른다 33.0%, 전혀 모른다 12.9%로 응답해 시민들의 절반 이상이 신청사 건립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사 건립 시기에 대해서는 대구시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는 보류할 필요가 있다 80.7%, 빚을 내어서라도 최대한 빨리 지어야 한다 13.4%로 조사됐다.
지역별 조사 내용을 보면 신청사 건립 보류에 대한 응답은 동구(87.6%), 수성구(86.4%), 중구(85.7%) 순으로 높았으며 신청사 예정지가 소재한 달서구 지역에서도 빚을 내어 짓는 것보다 신청사 건립 보류가 73.6%로 3배 이상 높게 조사됐다.
또한, 연령별 분석에서 신청사 건립 보류에 대한 30대, 20대 응답이 각 89.4%, 89.2%로 가장 높은 것은 신청사 건립에 따른 재정 부담이 젊은 연령층의 시민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신청사 건립 추진 시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물어본 결과, 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부지를 매각하여 그 돈으로 짓는다 60.5%, 한해 200억원씩 적립하여 20년 후에 그 적립금으로 짓는다 25.9%, 빚을 내어 짓는다 3.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달서구 지역에서 유휴부지를 매각해 그 재원으로 건립하자는 의견이 65.9%로 대구시 전체 구·군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유휴부지를 매각해서라도 적절한 재원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신청사 건립을 원하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를 통해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예정지인 옛 두류정수장의 유휴부지를 매각한 후그 돈으로 신청사를 지어야 한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 있어 조사 시기와 조사 방식, 조사 문항에 대해 달서구의 신청사유치위원회 등 부지 매각 후 신청사 건립을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청사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조사 문항을 보면 대구시의 의도가 매우 짙어보인다. 대구시민들이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한 신청사 건립을 조건 없이 건립해야 한다는 문항이 있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A대구시의원은 "신청사 건립을 부지 매각을 통해 진행하려면 설득을 해야할 일이지,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워 압박하거나 밀어부칠 일은 아니다"며 "지금부터라도 대구시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대구시는 청사의 노후화 및 행정 공간 부족으로 2016년 경북도청 이전터 건물까지 임차해 부족한 사무공간을 충당해 왔고, 이러한 청사의 분산 운영에 따라 행정 효율이 떨어져 신청사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2012년부터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경비를 적립하고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지난 2019년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를 건립 예정지로 확정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재난지원금으로 1400억원을 사용해 현재 약 600억원 정도만 남아있는 상태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고자 옛 두류정수장 부지 15만8000㎡(축구장 면적의 약 22배) 가운데 절반 가량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대구 시의원들의 반대가 있었고, 지난 연말에는 신청사 설계비 예산 130억4000만원을 대구시의회에서 전액 삭감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들도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워가며 빚을 내 신청사를 짓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꼭 신청사를 지어야 할 경우 유휴부지를 매각해 건립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온라인(7대 3)을 통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5.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표본은 2023년 9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 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만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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