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분노했다” 나흘 만에 또 규모 6.3 강진…아프간의 절망
총 1000명 이상 사망…11개 마을 피해 집중
아프가니스탄 북서부에서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이 일어난 지 나흘 만인 11일(현지시간) 또다시 규모 6.3 강진이 발생했다. 연이은 지진에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주민들은 “신이 분노했다”며 국제사회에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0분쯤 아프간 헤라트주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진앙이 헤라트주 주도 헤라트에서 북서쪽으로 31㎞ 떨어진 지점이라고 발표했다. 진원 깊이는 비교적 얕은 약 10㎞로 조사됐고, 이후 두 차례 강한 여진도 감지됐다. 아프간 보건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2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아프간 헤라트주에선 지난 7일에도 규모 6.3 강진이 발생했었다. 당시 진앙은 헤라트 북서쪽 36㎞ 지점으로 이날 진앙과 거의 비슷하다. 유엔은 지난 7일 지진으로 지금까지 105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는데, 복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지진이 이 지역을 휩쓴 셈이다. 아프간 탈레반 정부는 사망자가 2400명이라고 주장했다가 이날 1000명으로 정정했다.
헤라트 주민들은 잇단 지진에 망연자실 한 분위기다. 특히 지난 7일 강진으로 이미 수천 명의 이재민이 야외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만큼 충격은 더했다.
마당에서 잠을 청하던 52세 주민 나다르는 뉴욕타임스(NYT)에 “내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또 다른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 주민도 BBC에 “지난 지진 이후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며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7일 지진으로 사망한 주민 대부분은 헤라트 11개 마을에 집중돼 있다. 일부 마을은 주민 4분의 1이 목숨을 잃었고 직계 가족 전부가 사망한 예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지진도 어김없이 이 지역을 강타했다. NYT는 “이들은 이웃 나라 이란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한 달에 몇백 달러밖에 벌지 못한다”며 “소수의 생존자를 압도한 고통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인 데다가 지원도 부족해 구호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헤라트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압디 무함마디는 NYT에 “이곳에서 나는 신의 진노를 봤다”며 국제사회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날 헤라트엔 튀르키예에서 보낸 첫 번째 구호품이 도착했다. 튀르키예 구조대원 27명도 피해 현장에 투입돼 활동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과 세계보건기구(WHO)도 식량과 의료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간 재난관리부는 현재 지진 피해 현장에는 국내외 35개 구조팀이 활동 중이며, 규모는 1000명 정도라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인프라와 장비 부족으로 구조 작업에 삽과 곡괭이도 동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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