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파업" 서울대병원 노조 초강수…시험대 오른 '김영태 리더십'

박정렬 기자 2023. 10. 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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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의료연대본부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와 공공의료 수당 신설 등 의료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실질임금 인상을 포함한 노동조건 향상을 촉구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와 달리 시작부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장기화할 경우 환자 불편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3월 취임한 김영태 병원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시작부터 '무기한 파업' 불안한 환자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이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의 간호사, 미화원 등 노조 소속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같은 날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분회도 8년 만에 파업 투쟁을 시작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병원별 파업 출정식에 이어 내일(12일) 오후에는 공공운수노조와 연계해 서울 시청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전개하며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서울대병원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로비에 파업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이날부터 의료 공공성 강화와 필수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필수인력은 유지한 채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2023.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파업 첫날 서울대병원은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중환자실·응급실 등 필수 유지인력은 모두 현장에 남았고, 병원 내부에서도 행정 직원을 환자 배식, 이송 등 타 부서 업무에 투입하며 환자 불편을 최소화했다. 서울대병원의 총조합원 3800여 명 중 하루 파업 참여 인원은 1000여 명(전체 직원의 12~13% 수준)으로 제한적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시작부터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만큼 환자의 불안감은 상당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이모(37·여)씨는 "진료나 검사가 지연되는 등 당장 느껴지는 불편함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중증 환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파업이 길어지면 남은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돼 필요한 처치를 제대로 못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의료 인력 부족, 어린이병원 축소 등 지적해
의료연대본부는 출정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의 주요 이유로 △의료 공공성 쟁취 △부서별 필수인력 충원 △야간 근무자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조건 향상 △공공의료수당 신설과 실질 임금 인상 등을 들었다. 이중 가장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의료 공공성'으로 특히, 의사에게만 적용되는 진료 기여 수당과 어린이병원 병상 수 축소를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이 병원 노조의 요구사항이 붙어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노조에 따르면 올해 병원은 의사직에 '진료 기여 수당' 명목으로 43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진료 기여 수당은 환자 수, 검사 수, 수술 건수에 따라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수당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외래진료 시 1시간당 수당을 의미하는 '진료 수당'을 60%(총 271억원) 인상했다고 한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마치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수백억 원을 걸고 의사들이 경쟁하는 사이 3분 진료, 과잉 진료, 의료 질 저하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반면 기타공공기관으로 정부에 임금과 인력을 통제받는 사이 지난해 병원의 8000여 명의 직원은 임금 상승액 총액이 70억원에 그쳤고 필수 의료 인력마저 충원하지 못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계획에 대해서도 "공공병원답지 못하다"고 날을 세웠다. 노조는 병원 내부 자료를 인용해 내년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계획안에 3층 전체(134평)를 교수휴게실로 만들고 1, 2, 4인실의 비중을 늘려 결과적으로 병상 수 14개를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공개했다. 노조는 "오래되고 과밀한 병동은 개선해야 하지만, 교수 휴게실을 과도하게 확충하면서 비보험이라 환자 부담이 큰 1인실을 늘리는 건 서울대병원의 공공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1일 본관 로비에 김영태 원장 명의의 '환자 및 보호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과거 단계별 파업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 처음부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데는 병원 운영진의 불성실한 협상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최근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지만, 전과 달리 병원 측에서 그 어떤 수용안도 제시하지 않아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 노조는 파업 전후 보도자료와 취재요청서의 제목으로 각각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의 민낯 처참" "용산에만 충성하는 병원장에 맞서다" 등 김 병원장을 직접 '저격'하는 문구를 쓰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4일 이뤄진 마지막 조정회외에서도 김영태 병원장은 공공의료에 대해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는 등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전에 주요 보직을 역임하지 않아 올해 단체교섭을 통해 처음 대면했는데 공공의료에 대한 비전, 운영에 있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깊이 있는 고민은 없는 듯했다"고 비판했다.

김 병원장은 본관에 '환자 및 보호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붙여 "노조는 근로조건과 무관한 요구와 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인력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병원장은 "파업 기간 가능한 모든 인력과 수단을 동원해 불편을 최소화하고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교섭에도 성실히 임해 진료 공백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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