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잡고 보자’식 긴급체포 남발.. 4명 중 1명 “구속영장 신청은 무슨”

2018년부터 5년간 경찰, 3만여 명 긴급체포
25% 석방돼.. 3명 중 1명 영장 신청도 못해
무리한 긴급체포→ “공권력 남용·신뢰 저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경찰 긴급체포 현황 (송재호 의원실 제공)

지난 5년간 경찰이 긴급체포한 피의자 가운데 구속영장조차 못하고 풀어준 경우가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관행처럼 경찰의 긴급체포가 남발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데다, 공권력 신뢰를 부추길 수 있어 보다 책임있는 직무 수행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경찰의 긴급체포 관련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긴급체포한 경우가 3만 3,36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긴급체포란 사형이나 무기징역,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거나 판사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제도로, 경찰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48시간 이내에 검사를 통해 법원에서 구속영장 청구해야하고, 발부받지 못하면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송재호 의원실 분석 결과, 경찰이 긴급체포한 3만 3,366명 가운데 25%인 8,609명은 긴급체포 후에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못한 채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긴급체포한 4명 중 1명은 범죄혐의를 다투지도 못하고 풀려났습니다.

실제 매년 긴급체포된 피의자 수 대비 구속영장을 신청조차하지 못한 경우가 2020년 21.7%(6,486명 중 1,407명), 2021년 28.7%(5,670명 중 1,629명), 2022년 29.3%(5,159명 중 1,513명)로 계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3명 중 1명은 영장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또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2만 4,757명 가운데 4,504명은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기각돼 풀려났습니다. 앞서 영장을 신청하지 못한 인원을 합치면 1만 3,113명, 그러니까 긴급체포한 사람 10명 중 4명이 석방된 셈입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 의원은 경찰의 피의자 긴급체포 필요성은 인정하되, 구속영장 신청까지 경찰이 책임지고 이행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관련해 “경찰이 긴급체포한 4명 중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못하는 것은 자칫 공권력 남용으로도 비춰질 우려가 있다”면서 “경찰이 긴급체포에 자신이 있다면 최소한 검사에게 영장 신청까지는 반드시 책임지고 해야 국민이 경찰 공권력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해가 지날 수록 긴급체포한 피의자 대비 구속영장을 신청한 확률이 저조해지는 것은 큰 문제로, 앞으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경찰에 따져 대책을 주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