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수수’ 이정근, 항소심서 일부 감형…징역 4년 2개월

수수액 약 1억원 줄어들어 형량 4개월 감소
法 “증거 인멸 시도하는 등 반성도 없어”
징역 3년 구형한 檢…형량 거래 의혹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청탁의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을 받아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원철)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수수액 약 8억9680만원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은 고위공직자 알선을 대상으로 약 10억원에 못 미치는 금품을 수수했다”며 “수사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항소심에서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등 진지한 반성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수수한 자금 중 일부의 공소사실은 무죄가 돼 추징액이 줄어들게 됐고, 수수액이 줄어드는 과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등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9억4000만원 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2~4월 박씨로부터 선거비용 명목으로 불법정치자금 3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씨가 박씨에게서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알선 대가로 받은 돈의 성격이 일부 겹친다고 보고 수수금액을 약 10억원으로 산정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9억8000만원 가량을 모두 인정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보다 높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공직자가 되고자 했던 정당인으로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윤리가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금품수수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면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과 특수관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일부 알선행위는 실행에 나아가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재판부의 선고는 검찰의 구형인 징역 3년보다 높은 형량이다. 당시 검찰은 1심 선고 형량(4년 6개월)보다 낮은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이를 두고 이 전 부총장의 감형을 사실상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이 전 부총장은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이 구형량을 낮추는 ‘형량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검찰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열린 이 전 부총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3·9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서초갑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선고운동원에게 법정 기준치를 넘은 돈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김형환 (hwan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