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 큰 '마장동 소도둑'... 회사창고서 소갈비 2억 원어치 빼돌려

권정현 2023. 10. 11. 15: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8월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소고기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매출전표와 재고를 확인하다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B씨가 1년간 창고에서 몰래 빼돌린 미국산 소갈비가 대충 계산해도 무려 2억 원어치나 된 것.

A씨는 "창고관리 직원이 따로 없어 회사 소유의 인감증명이 들어간 서류만 있으면 출고가 가능하다"며 "도장을 몰래 복사해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실제 피해액은 2억2,000만 원 규모로 추가 증거를 정리해 경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년간 재고프로그램 조작해 고기 절도
80번 넘게 범행... 조금씩 빼내 안 들켜
훔친 소고기는 '라벨갈이' 후 팔아치워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소고기 포장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재고가 비는 거지?"

올해 8월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소고기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매출전표와 재고를 확인하다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매달 수억 원어치 육류를 거래해 큰 티는 나지 않았지만, 몇 번을 대조해도 미묘하게 장부 기록과 재고 물량이 일치하지 않았다.

의심의 눈초리는 곧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채용한 영업사원 B(42)씨에게로 향했다. B씨는 고급술집에 드나들고 골프를 치는 등 자주 유흥을 즐겼다. 일반사원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누가 봐도 미심쩍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자 A씨는 행동에 나섰다. 지난 1년간 냉동창고 입·출고 기록과 재고관리시스템, 차량 출입기록 등을 일일이 대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B씨가 1년간 창고에서 몰래 빼돌린 미국산 소갈비가 대충 계산해도 무려 2억 원어치나 된 것.

범행은 치밀했다. B씨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업체 대형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소고기를 본인 차량을 이용해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문제는 관리프로그램을 조작해 장부상 보관 물량과 실제 재고 차이를 없애는 식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훔친 소갈비도 대범하게 팔아치웠다. 그는 이른바 '라벨 갈이'를 거쳐 고기를 본인 명의 개인사업자 제품으로 둔갑시킨 뒤 마장동의 다른 도매상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창고관리 직원이 따로 없어 회사 소유의 인감증명이 들어간 서류만 있으면 출고가 가능하다"며 "도장을 몰래 복사해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여러 증거자료를 첨부해 지난달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B씨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80번 넘게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기를 야금야금 빼돌린 탓에 오랫동안 절도 행각을 들키지 않았던 것이다. 도매가로 약 1억8,000만 원어치, 시가로 계산하면 소 30마리(6톤) 분량으로 1인분을 200g으로 쳤을 때 3,000명이 먹을 수 있다. A씨는 "실제 피해액은 2억2,000만 원 규모로 추가 증거를 정리해 경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B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 조사를 마쳤고, 피의자를 불러 구체적 범행 경위와 여죄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