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 '무기한 파업' 돌입…"당장 인력 충원"
경북대병원도 8년만에 동시 파업…파업 첫날은 진료 등 큰 차질 無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11일 인력 확충 등 '의료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노선을 '의료 민영화'로 규정하며 "정부가 국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인력충원 요구는 무시하고, 노동권과 공공의료 축소정책만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출정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개시를 알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합원 1천여 명은 환자 안전을 위한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을 포함해 △실(實)근무 간호사 대 환자 수 1대3(통합병동), 1대6(일반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공공병상 확충 및 병상 총량제 시행 △필수의료분야 의사 수 확충 △비대면진료 중단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폐기 및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이들은 특히 '만성적 인력부족'이 한계에 달했다며 "인력위기 절박하다. 지금 당장 충원하라"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이날 8년 만에 파업에 들어간 경북대병원을 함께 언급하며 "서울대병원분회 95.5%, 경북대병원분회 91.7%로 쟁위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됐다"며 "압도적인 찬성은 병원노동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높은지, 현장요구가 얼마나 간절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유행 3년 6개월간 전국의 병원노동자들은 영혼을 갈아넣으며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며 "감염병 위기대응 매뉴얼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환자를 돌보며 코로나 이후 정부가 공공병원 확대·인력충원 정책을 내놓을 거라 기대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성토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병원의 최소인력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노사가 합의한 인력마저 승인하지 않으며 이를 무력화시켰다"며 "코로나 한시 인력도 감원을 예정하고 있어 현장의 인력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병원 측이 재정당국을 핑계로 임금인상률을 최대 '1.7%'로 못박은 반면 의사들에게는 진료수당 명목으로 수백 억의 수당을 지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직원들의 임금은 '총액인건비'에 해당돼 가이드라인 이상 인상을 못해주겠다면서, 의사 임금은 없는 돈도 만들어내 올리고 있다"며 "의사 수 부족으로 진료과가 문을 닫고 의대정원은 20년째 동결되다 보니 진료지원인력(PA)만 해마다 늘고 불법의료행위는 버젓이 판을 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이서영 상임활동가도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노동자들을 위한 공공의료수당 신설은 거부하고, 의사들 진료수당 인상만 추진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을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하고 의사들 임금을 올리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
개원의의 수입이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병원 교수들에 비해 현저히 많은 만큼, 정년을 채우기도 전에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란 것이다. 이 활동가는 "(대학병원 등) 의사직에 수억 연봉을 제시해도 채용이 어려워진 지 오래"라며 "해법은 바로 의료의 공공성을 되찾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사립대를 배불리는 의사증원계획을 폐기하고 공공의대로 의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서울대병원의 인력기준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상임활동가는 "부족한 (의료)인력에 환자는 하루 1만 명 이상이 바글거리는 공간이 바로 서울대병원"이라며 "간호사 1명당 일반병동은 환자 14명, 중환자실은 3명이나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인력감축을 요구받고 있는 국립대병원 상황에 대해 "정부가 가고 있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로 가야 한다. 시장논리로 파괴된 의료현장을 공공병원부터 바로잡을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부터 대대적으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이날 본관에 김영태 원장 명의의 대자보('환자 및 보호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를 게시해 파업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김 원장은 "노조의 파업기간 모든 인력과 수단을 동원해 불편을 최소화하고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교섭에도 성실히 임해 진료 공백을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은 의사를 제외하고 서울대병원 및 서울시보라매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등 약 3800명 규모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파업 첫날인 이날은 당장 검사와 진료 등에 큰 차질이 없는 상태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환자 불편이 일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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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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