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테러 집단" vs "이스라엘 탄압에 반대"...둘로 갈라진 지구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을 둘러싸고 세계가 둘로 갈라졌다. 민간인들을 무차별로 공격해 살해하고 인질로 잡은 건 테러 행위라며 하마스를 비난하는 쪽과, 팔레스타인을 핍박해온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쪽으로 갈린 것이다.
중동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반면 서방 곳곳에서는 양측이 근거리에서 '맞불 시위'를 벌이는 곳이 적지 않다.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지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팔레스타인 지지자 수백 명은 '뉴욕은 가자지구와 함께 합니다'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미국 정부에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레나 아부쿠와이크(45)는 온 식구가 가자에 있지만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서 "폭격을 당했는지, 살아 있기는 한지 알 수 없다"고 흐느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인 모하마드 자라(33)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은 슬픈 일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과거 팔레스타인 땅에 있던 가족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했다며 "팔레스탄인인들이 원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스라엘 시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을 겨냥해 "테러리스트"라고 외쳤으며 이에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로 응수했다. 아랍어 문구인 '알라후 아크바르'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조직원들이 테러 때 외치는 구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에 가족이 있다는 아리엘라 카멜(27)은 눈물을 흘리며 "납치됐거나 살해당한 사람이 내 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가족을 잃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는 이번 무력 충돌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하는 집회가 이틀 연속 열렸고 경찰이 장벽을 쌓아 이들을 분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뉴욕 유엔본부 앞에는 친(親)이스라엘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규탄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뉴욕은 이스라엘과 함께 서겠다"며 "반(反)유대주의가 고개 드는 모든 곳에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요르단의 수도 암만 중심가에서는 4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하마스 가자'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AFP 통신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부터 레바논 베이루트,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집트 카이로까지 아랍권 곳곳에서 하마스의 '저항'에 연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서방에서는 반유대주의 확산이나 테러 시도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테러를 미화하려는 의도일 때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행동도 합법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경찰에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유대인을 골라내서 그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구호를 공격적으로 외치거나 상징물을 흔드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영국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는 3명이 체포됐다.
전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는 경찰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지지자 2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일부에게 금지령을 어긴 책임을 물어 벌금 135유로(19만2000원)를 매겼다.
호주 경찰은 이번 주말 시드니에서 계획된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승인되지 않았다며 시민들에게 참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날 저녁에는 이스라엘 국기 색깔로 조명을 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일도 벌어졌다.
호주 경찰은 9일 집회에서 일부 군중이 "유대인에게 가스를 주입하라"고 외치는 영상과 관련해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한편 태스크포스를 꾸려 반유대주의 집회를 관리하기로 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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