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주년 기념 인터뷰] ‘원조오빠’ 가수 남진을 만나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한 가지 일에 최고가 되고 싶다면 ‘1만 번의 연습’을 반복하라는 말이 있다. 또한 자신의 일에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으라고들 말한다.
우리는 왜 꾸준한 노력과 반복된 연습을 강조하는 것일까? 아마도 꾸준한 반복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일에 평생을 바친 분들의 삶은 어딘가 특별해 보인다.
오직 ‘노래’ 하나로 60년 동안 활동해 온 가수 남진도 오로지 노래 하나로 평생을 살아 온 예술인 중 한 사람이다. 1965년에 첫 히트곡을 발표한 이후, 줄곧 무대에서 활동해 온 그는, 지금까지 활동 중인 가수 중에서는 최장 기간 노래하고 있는 최고령 선배로 손꼽힌다.
올해로 데뷔 59년 차 가수. 올 가을부터 ‘60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가요계의 ‘영원한 오빠’ 남진을 만났다.
Q. 요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콘서트가 앞에 와있으니까요. 그동안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쉬었잖아요. 옛날 같으면 항시 공연이 생활화 되어 있는, 코로나로 인하여 많이 쉬었고... 그래서 다시 좀 준비를 하느라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면서 공연 준비하고 있어요. 노래도 체력에서 나오는 거라, 운동을 안 하면 안 돼죠.
Q. 60년 가까이 공연을 해 오셨는데요. 아직도 연습에 열심인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젠 무대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A: 노래라는 게 아무래도 오래 했으니까 더 힘들죠. 원래 아는 게 더 힘들어요. 아니까. 특히 공연을 오랜만에 하니까 많이 다듬어야죠.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해요. 거기다 이제 신곡 연습도 해야 하고요.
Q. 신곡이 나왔나요?
A: 이번에 나왔습니다. 한 일주일 됐네요.
Q. 몇 번 째 앨범이시죠?
A: 그건 잘 모르겠어요. 오래 활동한 만큼 많죠. 천곡이 넘으니까. 세어 보진 않았는데 많을 거예요.
Q. 간략히 신곡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신곡이 2곡이에요. 하나는 슬로우락으로 아주 슬로우 템포의 노랜데, 제목은 ‘이별도 내 것’! 이별도 내 것이다 이거죠. 사랑도 내 것이지만, 또 사람이 살다 보면 헤어지기도 하잖아요. 그 이별도, 아픔도 내 것이다 이거죠. ‘이별도 내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어떻게 보면 처음 불러 본다고 할까? 미국 노래 중에 재즈 스윙이라고 있어요. 스윙이라는게 템포를 얘기하잖아요. 스윙이라는 리듬이 있어요. 빠른 템포죠. 그걸로 제가 이번에 가요를 만들었어요. 제목이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이라고, 제목이 좀 특이하죠? 스윙. 재밌어요. 굉장히 빠른 노래에요.
Q. 최초네요?
A: 네. 그렇죠. 딴 사람은 부른 사람 많이 있었겠지만 나는 처음이죠. (두번째 곡은) 저도 처음 불러 본 노래예요. 노래 생활 60년 동안에 이런 장르는 처음 불러 봤어요. 이런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이상하게 부를 기회가 없었네요.
Q. 원래 욕심이 있었던 장르였나요?
A: 음.... 아니. 제가 원래 팝을 좋아하니까 팝이 재즈 스윙이라는 미국 노래가 많잖아요. 스윙. 미국 사람들이 스윙이 많아요. 스윙. 미국 사람들이 스윙이 많아요 스윙을. 재즈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노래들은 스윙이 별로 없어요. 우리나라는. 이번 신곡 음악을 들으면 외국 노래인 줄 알아요. 그런데 우리말로 내가 한거죠. 음악만 들으면 가요노래인지 모르죠. 팝인 줄 알지.
Q. 이젠 빠른 노래가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A: 원래 제 히트곡이 빠른 곡이 많잖아요. 님과 함께, 둥지, 마음이 고와야지... 전부 빠른 노래예요. 저는 빠른 노래를 제일 먼저 부른 사람이에요. (웃음)
Q. 6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계신데요. 올해가 딱 ‘60주년이 되는 해’인가요?
A: 아니에요. 60주년이 안 됐어요 아직. 내년이나 내후년이 60년이 되는데... 작년인가? 한 번 누가 실수로 60주년이라고 잘못 계산했어요.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60주년 콘서트가 기획된 거에요. 58주년이나 59주년보다 60주년이 좋잖아요. 보기도 그렇고 쓰기도. 그래서 그걸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거에요. 제가 65년도에 첫 히트가 나왔어요. 가요계에. 65년도에. 정확히는 내년이 60주년이 되겠네요.
Q. ‘60주년 콘서트’라고 하니까, 뭔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A: 10월14일 부산에서 첫 콘서트를 해요. 의미는 없고,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세월이 됐다는 의미지, 다른 의미가 뭐 있어요. 오히려 어려워요. 오래 한다는 게.
Q. 60년 동안 활동하신 자체가 무척 기념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하고 싶다고 60년 (동안 노래) 하는 게 아니잖아요. 노력도 노력이지만 팬분들의 성원이 있어야 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요? 그렇지 않아요. 팬이 없는 연예인은 없죠. 팬들이 만들어준 무대라고 보는 게 정확할거에요. 내가 하는 게 아니고요. 팬들이랑 이런 무대를 만들어서, 같이 한 번 무대를 하는 거죠. 옛날 생각하면서!
Q. 첫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날 거 같아요.
A: 그럼요. 평소에도 그런 생각으로 살죠. ‘나이 먹으면 추억 속에 산다’ 그러잖아요. 현역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제가 제일 연장자죠. 우리 선배님들이 활동을 많이 안하시니까. 활동하는 사람 중에서는 제가 제일 나이가 많을 거에요.
내가 데뷔할 때가 어제 같아요. 어제! 65년도에 첫 히트곡이 나왔으니까... 그게 어제 같아요. 한 번도 오래됐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왜이리 시간이 빠른지 모르겠어요.
Q. 콘서트를 보러 오는 관객들도 옛 추억을 찾아서 오시는 걸까요?
A: 어떤 것이 문제냐. 60년 동안 부른 노래들이잖아요. 팬들한테 사랑받은 노래를 부르잖아요. 노래를 부르면 그때 생각이 나죠. 당시의 추억이 생각나죠.
팬들도 나를 봄으로써, 또 내 노래를 들음으로써 자기들의 지난날이 생각이 나잖아요. 나이 먹으면 추억 속에 살잖아요. 남진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 속에 추억이 있으니까... 함께 그리워지고 생각하게 돼죠.
그러니까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팬들이 그런 추억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노래를 하면 무대를 보면 관객들 표정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모습이 보여요. 거기에서 내가 또 감정이 더 생기고. 그런 거에요.
Q. 이번 콘서트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A: 연습 없이는 힘들어요. 노래를 2~3곡 하는 게 아니라, 20여 곡을 부르잖아요. 그게 쉽겠어요? 더구나 저는 편안하게 서서 부르는 가수가 아니잖아요. 제가 가만히 서서 부르면 흥이 깨져 버리죠. 옛날 같이는 못 춰도 어느 정도 기대에 맞게 해야 하는데 그게 내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거의 불가능이에요.(웃음)
안돼요 잘. 나이가 80이 다 되어 가는데 되겠어요? 한 곡을 춤추면서 노래 부르는 것도 숨차서 못해요.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러니까, 정말 연습을 하는 거예요. 많이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 귀한 시간, 귀한 돈을 주고 공연장에 오는데 100%는 만족은 못해도 실망시키지는 말아야죠. 그게 내 도리죠.
Q.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으라면 어떤 노래를 추천하시겠어요?
A: 예를 들어 자식을 10을 낳았어요. 노래 잘하는 놈 있고 노래 못하는 놈 있고, 공부 잘하는 놈 있고 공부 못하는 놈이 있잖아요. 부모가 뭐라고 해요? ‘열 손가락을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나요? 그게 딱 답이에요.
다 소중해요. 멜로디가 다르잖아요. 가사도 다르고... 다 매력 있고 소중한 거에요. 그러니까 히트를 했죠. 그리고 히트가 된 노래는 대중의 사랑받은 노래예요. 그러니까 다 소중하죠. 나한테는.
Q. 콘서트 포스터 슬로건이 ‘오빠 아직 살아있다’예요. 참 재밌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A: ‘오빠 아직 살아있다’는 오프닝 곡인데.... 모르는 사람이 곡을 갖고 왔는데 너무 좋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그 곡을 받았어요. 신인한테. 인생은 다 인연이에요. 제가 신인 작곡가에게 노래를 받을지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런 곡이 이번 콘서트 슬로건이 됐네요.
Q. ‘국민오빠’ 가수 남진에게 ‘젊음’이란?
A: 젊음이요? 내가 젊지를 않은데요? 아~~ 실제로는 늙은 사람인데, 팬들이 ‘오빠! 오빠!’ 환호하는 게, 제가 대한민국 원조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할아버지지만은 오빠로서, 원조로서, 이런 대우로 ‘오빠! 오빠!’ 해 주면 힘이 나죠. 힘이.
쉽게 말해, 착각을 일으켜요. 내가 약간 착각을 일으켜야 노래가 되잖아요. 내가 내 나이를 생각하면 노래가 나오겠어요? ‘님과 함께’를 부르는데 다리가 떨어지겠어요? 그러나 ‘오빠’라는 환호소리를 들으면 그 시절로 마음이 돌아가죠. 몸이 가는 게 아니라 정신이. 다행히 노래는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부르는 거잖아요. 그 마음을 갖게 해주니까 오빠라는 소리가 좋은 거죠 .
Q.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
A: 영원한 오빠! 그거 하나뿐이에요. 영원한 오빠로 남아 있다! 이 세상 떠나도 ‘그 사람 영원한 오빠였어’ 그 한마디가 끝이죠. 그 한마디에 제 시작도, 끝도, 60년, 70년이 다 들어 있잖아요.
Q. 팬들에게 한마디
A:그냥 다 우리 팬들이 많잖아요. 오랜 세월 됐으니까. 그 팬들이 다 와서 같이 있고 싶은 거죠. 팬들하고 많이 나를 사랑해준 팬들을 다 빠짐없이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죠.“귀한 시간이지만은 추억을 함께하는!! 또 남진이를 영원한 오빠로 만들어준 팬들과 뜨겁고 열정이 가득한! 사랑이 넘치는 그런 무대로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도윤 기자 yoon123@bntnews.co.kr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Copyright © bnt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