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 의도적 은폐?... 지영미 "고의 아닌 실수"
국회 국정감사 중 질병관리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일부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날선 공방이 오고갔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강선우 의원은 지영미 질병청장을 상대로 관련 사안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질병청이 제출한 관련 비공개 연구보고서 26개의 목록 중 지난 6월 출판한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용역보고서가 빠졌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미치는 장기영향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의 요약에 따르면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국민건강 영향평가가 전향적으로 조사돼야 한다 △최소 20년 이상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정화 시설의 유효성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등의 결론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에 질병청은 전날인 10일 밤 최 의원실에 누락을 인정하고 사유서를 보내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고의 누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질병청은 고의 누락이 아니었다고 이제 와서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전 국민이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인체영향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목록만을 국정감사 답변자료에 누락하는 것은 국민을 속여보려는 뻔한 의도로까지 보인다"면서 "질병청장은 당장 사과하고 연구 결과를 국민들께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눈치 보며 고의적 누락", "실수 증명 안된다"... 최혜영·강선우 의원, 날선 추궁
11일 국감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공방은 이어졌다. 강선우 의원과 최혜영 의원은 각각 오전과 오후 질의시간 동안 지영미 청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강선우 의원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1+1=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는데, 지 청장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라며 해당 용역보고서를 손에 들어 보여주곤 "이 내용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국민적 불안이 타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지영미 청장은 당황한 듯 웃으며 "제가 직접 답변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보고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한마디로 후쿠시마 핵 오염수 관련 국민들이 우려하던 모든 것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공식 연구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면서 "질병청은 '법률에 의거해 비공개 설정한 것이 연구 결과를 숨긴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며 언론을 압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말장난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강 의원은 질병청의 비공개 결정 사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질병청은 의사 결정 과정 진행 중이어서 비공개 결정을 한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질병청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실 문의에선 한 사무관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 비공개했다'고 답변했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수록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윤석열 정부 주장과 상반된 보고서 내용이기에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눈치 보면서 비공개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영미 청장은 "관련 용역사업을 비공개 설정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비공개 설정은 지난해 '국 혹은 과'(실무부서) 차원에서 결정했다"면서 "6월 정도에 이러한 용역이 있었다는 것을 제게 보고했지만, 최근까지 깊이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 보고 여부와 관련해 질병청의 해명이 계속 달라진다면서 해당 연구 보고서에 대한 의도적 은폐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질병청의 담당 과장이 처음 문의에선 '대통령실에 보고됐다'고 답변하더니 7분 후 다시 전화해 '보고 사실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지 청장은 처음엔 "대통령실 보고 사실은 확실히 모르겠다"고 말한 후 강 의원의 추궁에 "대통령실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며 난처해했다.
같은 날 오후 최혜영 의원의 질의시간에도 관련 의혹 제기와 해명 요구가 계속됐다. 최 의원은 "질병청은 사유서까지 보내 '고의 누락이 아니었다'고 답변했지만, 국민과 직결된 용역보고서이며 국민의 관심이 지대할 텐데 이는 의도를 넘어서 국민을 속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도 들고 있다"면서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 청장은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고의적인 것은 아니었다"면서 "(질병청 내) 비공개 연구 목록이 너무 많아 부담이 커서 가능한 것을 공개하려고 검토하다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왜 그것이 누락됐는지는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와 같은 답변에 최혜영 의원은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곤 했지만, 그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 "실수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면서 반발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 위원장(민주당)과 고영인 의원(민주당) 역시 변명이 아니라 깔끔한 사과와 진상 규명,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영미 청장에게 해당 보고서의 누락 상황과 각 의원실의 관련 문의에 대한 질병청 답변 내역 전체를 이날 오후 6시까지 국감 자료로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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