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임직원 사익추구 적발…업무 대상 CB에 투자해 수십억 수익

박채영 기자 2023. 10. 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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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기업금융(IB)본부 임직원들이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발행 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인, 가족, 지인 명의로 업무 대상 CB에 투자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은 것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사모 CB 보유 규모가 큰 A증권사에 대해 지난 8~9월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임직원들의 사익 추구 행위 등이 발견됐다고 11일 밝혔다.

A증권사 IB본부 임직원들은 상장사의 사모 CB 발행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행사의 상황과 투자자 섭외 경과 등의 정보를 알게됐다. 이들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본인, 가족, 지인이 업무대상 CB에 투자하고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A증권사가 CB 발행사의 특수관계인(사실상 최대주주) C씨에게 편익을 제공한 사례도 확인됐다. B사가 A증권사에게 “C씨가 최소 자금으로 B사 발행 CB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A증권사는 B사의 CB를 취득한 후 이중 50%가량의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TRS) 계약을 C씨와 맺었다.

TRS는 투자자가 담보를 제공하면 증권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채권 등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계약이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을 얻고, 투자자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기초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액결제거래(CFD)와 유사하다.

해당 TRS 계약은 A증권사가 CB와 관련해 개인과 맺은 유일한 TRS 계약으로 이례적이 사례였다. 계약 과정에서 C씨에 대한 신용평가도 수행되지 않았으며, 담보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C씨로서는 10억원을 투자해 100억원을 투자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CFD 등 다른 파생상품 계약의 담보 비율이 40~50%인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A증권사가 담보대상 채권 취득·처분 시 증권사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것도 확인됐다. A증권사는 일부 CB 종목을 최초 취득하면서 발행사에게 CB로 조달하는 금액을 모두 채권을 매입해 A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하는데 쓰도록 했다. 담보 채권의 취득은 A사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으며, A증권사는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도 담보채권으로 매각했다. A사는 발행사에게 국채 또는 AA등급 이상 채권들로 구성된 담보채권 가능 목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사익추구 행위 등에 대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 후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추가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사모 CB 악용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올해 1월부터 기획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조사와 공시, 회계, 검사 등 자본시장 전 부문이 참여하는 ‘사모 CB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관련 점검대상 및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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